서울대교구가 6월 18일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김수환 추기경 시복 추진에 대해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받았다. 한국 교회는 김수환 추기경을 공식적으로 ‘하느님의 종’으로 칭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서울대교구가 추진하는 김수환 추기경(1922~2009) 시복 추진이 본격화된다. ‘장애 없음’은 교황청 시성부에 시복 안건 추진에 대해 장애 여부를 묻는 절차로, 교황청 시성부가 18일 자로 보내온 ‘장애 없음’ 답서에 따라, 교구는 김수환 추기경 시복을 향해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교구는 김수환 추기경 시복 안건 역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김수환 추기경의 교구 시복 재판(교황청 본 심사에 앞선 예비 심사)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교구는 앞으로 역사와 고문서 전문가 위원회인 역사위원회를 중심으로 김수환 추기경의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을 입증하는 증거 수집에 집중한다. 서적 검열 신학자들은 김수환 추기경의 모든 저작물에 대해 신앙과 건전한 윤리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병행하게 된다. 또 성덕의 명성과 지속성에 대해 법정에서 증언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의 명단도 확정한다.
교구 시복 재판(예비 심사)을 위한 모든 준비 작업이 끝나면, 법정을 개정해 증인 심문 절차 형식으로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 성덕의 명성, 전구 능력의 명성에 대한 모든 문서 증거와 증인 증언을 다시금 모은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재판 기록 문서를 종합해 교황청 시성부로 보내게 된다.
시성부는 자료 심사 후 복자로 추천할 만하다고 판단하면 교황에게 보고하게 되며, 교황은 대상자를 시복 후보자에게 붙이는 존칭인 ‘가경자’로 선포한다. 이어 시성부는 가경자의 생애와 덕행, 평판, 직무, 저술 등을 오랜 기간 조사한다. 기적 사례가 입증되면 복자로 추대되며, 시복 후 복자에 대한 기적이 공식 확인되면 시복 과정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성인으로 추대된다.
주교회의는 지난해 추계 정기총회에서 서울대교구 제11대 교구장인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을 서울대교구에서 추진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제11차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를 통해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 추진을 밝힌 후 ‘시복시성 안건의 적절함에 대해 지역 주교회의에 자문을 구하여야 한다’는 시복시성 절차법에 따라 추계 정기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결과다.
김수환 추기경은 1968년 제11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후 1998년 퇴임까지 30년간 교구장으로 사목했다. 개인적 덕행의 모범, 한국 교회의 성장과 위상을 높인 공헌,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헌신 등으로 많은 이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리스도교적 사상의 토대인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연민을 바탕으로 특히 가장 낮은 사람을 또 하나의 그리스도처럼 대함으로써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전형을 모범으로 보여줘 지금까지 가장 존경받는 성직자로 꼽힌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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