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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존경받지 못한 예언자 | 2024-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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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40대 이상 연배들은 필연적으로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라고 인이 박이도록 들으면서 선진국에 대한 동경을 안고 살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 가장 어려웠을 때를 거쳐온 전쟁 세대들은 당시 후진국이었던 한국의 실상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들에게 이제 한국이 선진국이고 세계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들 쉽게 인정하긴 힘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높은 위치에 오른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경제력뿐 아니라 문화·생활·사상 전반에 걸쳐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스로를 폄훼하면서 이를 겸손이나 현실 감각이 있는 것으로 믿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지나친 자신감은 독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만들어 온 업적만큼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소득이 세계 10위권으로 높아진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만든 영화가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쥐고, 한국 대중음악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한국소설이 해외 문학상을 받는 것은 어쩌다 나온 결과가 아니다. 불과 20년 전에 이런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대부분이 꿈이라고 했지만, 이런 꿈을 가진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현실화할 수 있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 수준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조성진, 임윤찬 같은 콩쿠르 스타들이 줄줄이 탄생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1등상을 수상한 것(https://youtu.be/614oSsDS734?si=s677oeMQBatdToe0)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게 기적으로 여겨졌다면, 임윤찬의 등장(https://youtu.be/DPJL488cfRw?si=tLWS9FvzdPAjCDYc)은 이제 상수로 느껴진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어쩌다 나타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 타이손(베트남, 쇼팽 콩쿠르 우승), 주빈 메타(인도, 지휘자) 같은 특별한 몇 명의 천재들이 있다고 해서 베트남과 인도를 클래식 음악의 강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좋은 음악인들이 풍부하게 포진되어 있으며, 이들의 활동이 활발할 때 비로소 강국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수많은 연주자가 이전에 꿈도 못 꾸던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세계 최고 무대에서 인정받았으며, 최정상 연주 단체가 수석으로 모셔 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다시 귀국하여 후계자를 길러내며 연주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참으로 클래식 음악의 절정기가 아닐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 한국의 관객들이 우리 옆에서 열리는 연주회의 수준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최상위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들이 관중들의 무관심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주자들이 새기는 금과옥조가 있다. ‘되도록이면 한국에서 많은 연주를 가지면 안 된다. 연주를 하면 할수록 값어치가 떨어진다.’ 연중 14주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마르코 6,4 참조)라고 하셨다. 진정한 선구자들이 고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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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03 오후 2:3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