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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 | 2024-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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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 「칼의 노래」, 「현의 노래」, 「자전거 여행」 등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 김훈 아우구스티누스 선생은 안중근 토마스의 마지막 생을 글로 써보고자 애썼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기록들을 찾아보고 일본의 많은 곳을 답사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고를 쓰지도 못하고 너무 늙었다고 한탄하였습니다. 선생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청년 안중근의 짧은 생애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평생의 숙제로 안고 있었던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삶을 다룬 소설 「하얼빈」을 끝낸 마무리에 김훈 선생은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 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 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김훈, 「하얼빈」, 문학동네, 306~307쪽) 참으로 암울했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 땅의 선구자, 예언자들의 삶은 고통에 짓눌려 피폐하고 고단하였지만, 그들의 빛나는 눈과 예리한 통찰력, 그리고 조국 사랑에 뛰는 뜨거운 심장은 큰 외침의 울림으로 역사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들의 깨어있는 정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갈 때, 선구자들, 예언자들은 다시금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옵니다. “깨어나라, 나의 영혼아. 나는 새벽을 깨우리라.” (시편 108,2-3) 이 얼마나 장엄한 외침입니까? 잠들어 있는 영혼을 깨우고, 아직 암흑의 어두움 속에 있는 조국이든, 조국의 역사이든, 민족이든, 혹은 일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신앙이든, 그 모든 어둠을 향하여 새벽을 흔들어 깨우리라는 각오, 결심을 말함입니다. 그리하여 대명천지의 밝은 빛을 비추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외침인 것입니다. 모든 예언자와 선구자들의 고유한 마지막 사명은 ‘외침’인 것입니다. 미혹에 잠들어 있는 하느님의 온 백성들을 깨우는 일이 그들의 소명인 것입니다. 그 소명이 때론 가혹하리만큼 고통스럽더라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이 그들의 커다란 아픔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비탄의 예언자 예레미야는 이렇게 탄식합니다. “아, 불행한 이 몸! 어머니, 어쩌자고 날 낳으셨나요? 모두 나를 저주합니다.” (예레 15,10)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그분의 말씀을 외쳐야 하는 소명의 삶이 그토록 처절한 고통으로 다가오더라도 예언자들은 그 외침을 멈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다시 이렇듯 아프게 고백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 날마다 치욕과 비웃음거리만 되었습니다. ‘그분을 기억하지 않고 더 이상 그분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으리라.’ 작정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제가 그것을 간직하기에 지쳐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겠습니다.” (예레 20,8- 9) 이렇듯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정의와 진실을 외쳐야 할 예언자들이나, 깨어소리쳐야 할 선각자들이 자신들의 소명에 충실치 못하였을 때, 이사야 예언자는 분노하며 비난하고 질책합니다. “그의 파수꾼들은 모두 눈이 먼 자들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 모두 벙어리 개들 짖지도 못하는 것들.” (이사 56,10)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요나의 외침은 너무도 무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패망한 식민지 백성 주제에 어느 안전이라고 제국의 수도 니네베에 와서 겁도 없이 망한다고 외쳐대냐 말입니다. 난파된 배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초라한 몰골로 겁을 상실한 미친 짓을 한다는 말입니까?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느님께서 하시는 법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을 믿고 죽음을 불사하며 회개를 외쳤던 요나는 내게 이렇게 말을 건네옵니다. “나는 아무런 자격이 없습니다. 무상으로 뽑힌 저는 그저 하느님께서 하라고 하시는 대로 전할 따름입니다. 그뿐입니다. 나머지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하느님의 것이며 결국 하느님께서 완성시켜 주실 것입니다.” 글 _ 배광하 신부 (치리아코, 춘천교구 미원본당 주임)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배광하 신부는 1992년 사제가 됐다. 하느님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며, 그 교감을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삽화 _ 김 사무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건축 디자이너이며, 제주 아마추어 미술인 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 중문. 강정. 삼양 등지에서 수채화 위주의 그림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건축 인테리어 회사인 Design SAM의 대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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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03 오전 9:12:02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