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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함을 은총의 선물과 통합하는 여정 | 2024-0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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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전국가톨릭대학교 교수신부협의회’가 인천 신학교에서 개최되었다. ‘주님과 사랑에 빠진 선교하는 제자들’이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개정된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의 이해와 적용을 위한 논의의 자리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사제 양성의 방향전환이었다. 사제 양성이 전에는 성품성사를 받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이상적인 사제상에 따른 정형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개인의 고유한 내적 여정에 초점을 맞추어 신학교에 들어오기 전 ‘예비 과정’과 사제가 된 후 이어지는 ‘지속 양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사제 양성은 신학교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제는 ‘되어가는 존재’이며 사제 양성은 사제의 삶 내내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신학교는 완벽한 사제를 길러내는 곳이라기보다 스스로 양성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함양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는 사제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나약함과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말하는 것이다. 교황청 성직자성(현 성직자부)에서 반포한 「사제성소의 선물」에서는 신학생을 ‘은총으로 빚어진 재능·선물’과 함께 ‘한계와 나약함’이라는 인간성의 두 측면을 지니는 신비로운 존재로 이해한다.(28항) 곧 나약함과 한계는 사제가 되기 위해 없애거나 극복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살며 자연스럽게 갖는 것으로, 그것을 어떻게 은총의 재능과 선물과 ‘통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양성의 관점은 모든 신자에게도 해당한다.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난 우리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세례성사는 완성보다는 새로운 출발의 의미가 강하다. 세례성사를 받아도 인간으로 지니고 있는 나약함과 한계는 지워지지 않는다. 죄로 기우는 성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화된 것인가?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나도 죄로 기우는 성향이나 나약함과 한계는 존재하지만, 이제 이것들을 자신이 받은 은총의 재능과 선물과 통합하는 영적 여정을 걷게 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격적인 성숙을 이루게 되며 성덕의 발전이 함께 이루어진다. 예수님께서도 나약함과 한계를 지니고 계셨다. 예수님께서는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보시고 함께 고통을 겪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다. 수난 앞에서 잔을 거두어달라고 아버지께 기도하셨으며, 십자가 위에서 나약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나약함과 한계는 그분의 하느님이심을 부정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한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하느님의 힘과 지혜를 발견하였다.(1코린 1,23-24) 하느님의 전능이 그분의 나약함 안에서 온전히 드러나고 실현됨을 발견하셨던 것이다. 세례성사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지만, 인간으로서 지니는 나약함과 한계는 늘 안고 살아간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도들뿐 아니라 주님을 따른 모든 이가 우리와 똑같이 나약하고 한계를 지닌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유다와 베드로 모두 주님을 버리고 달아났지만, 둘의 차이점은 베드로는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고, 유다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은총의 선물과 통합시킬 수 있을 때, 우리의 매일은 박진감 넘치는 지속 양성의 나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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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02 오후 5:52:11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