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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이민과 기후변화에 대한 교황 의제에 반기 든 유럽 유권자들 2024-07-02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주민을 “영원한 고향으로 향하는 하느님 백성의 모습으로 봐 달라”고 요청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유럽 전역의 유권자들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과 반이민 정책을 펴는 정당에 표를 몰아줬다.


지난 6월 6~9일 치러진 선거에서 여전히 유럽연합에 찬성하는 주류 정당이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위원회 우르줄라 폰 데어 레이옌은 선거 결과에 대해 “중도파가 유지됐다”고 선거 결과에 대해 논평하기도 했지만, 몇몇 나라에서는 극우정당의 기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극적인 결과가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은 마린 르펜의 프랑스 국민전선에 밀려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의회를 해산하고 6월 30일 조기선거를 치렀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네덜란드에서도 극우정당이 득세했다. 반대로 녹색당은 약 20석을 잃었다. 72석을 차지했던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이 53석으로 줄어들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중도 성향이 이탈리아형제당이 대승했다. 이탈리아형제당은 30%의 득표율을 보였다. 야당인 민주당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쳐 2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유럽연합 27개 나라 중 가장 영향력이 큰 두 나라인 프랑스와 독일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 결과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평론가들은 대체로 새로운 유럽의회는 유럽통합에 더 회의적이 될 것이며, 기후변화 대처에 덜 적극적이고 환경 정책을 퇴보시키는 한편 이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교황청 외교 및 정치 의제에는 심각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수주의와 포퓰리즘의 발호에 대해 경고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런 성향의 정당들이 선전했다.



6월 실시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정당·중도파 대거 득세
국수주의·포퓰리즘 경고한
교황·교회 메시지에 큰 도전



교황은 지난 2022년 11월 교황청으로 수많은 난민과 노숙인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대접하면서 “포퓰리즘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흥분하지 말자”면서 “이러한 포퓰리즘은 사람들의 진짜 요구를 악용해 손쉽고 성급한 해결책만 내세운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해 포퓰리즘과 음모 이론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선거 전,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마테오 추피 추기경과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의장 마리아노 크로치아타 주교가 공개서한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교황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고위 성직자는 서한에서 “몇몇은 유럽의 국가가 별개로 있을 때 더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것으로 믿고 있지만, 사실 유럽 각국은 심지어 강대국도 치명적으로 약점이 부각될 수 있다”면서 유럽의 통합을 호소했다.


또한 이들은 유럽의 유권자들이 이주에 우호적인 정당에 투표해 달라며 “자신만을 바라봐서는 안 되고 혼자서만 기분 좋게 살 수도 없으며, 세상을 돕고 불의에 투쟁하며 가난과 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조만간 우리는 이주민을 향한 책임감을 느낄 것이며, 이는 공통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마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두 성직자의 메시지가 유럽의 유권자들에게 먹혀 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 결과로 독일교회의 지도자들에게 도전이 될 수 있다. 독일교회 지도자들은 지난 2월 독일의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의 지침이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난했으며, 이 정당의 당원이었던 한 본당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독일대안당은 16%의 득표율을 기록해 올라프 숄츠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유럽의 극우 정당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 우크라이나 문제와 ‘젠더 이론’, 안락사, 낙태 등의 문제에 관해 교황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 교황과 몇몇 극우 정당들은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 4월 유럽의회는 EU 기본권 헌장에 낙태권 포함 여부를 투표에 붙이기도 했다. 헌장 수정을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투표는 파급력이 상당했다. 폴란드와 몰타가 반대표를 던져 낙태권 포함은 무산됐다.


새로운 유럽의회 구성에 따라, 이런 조치들이 더 큰 저항에 맞닥뜨리게 됐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4-07-02 오전 11:52:0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