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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쪽방촌 재개발…올 여름도 길가에 나앉았다 | 2024-0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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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여름이 찾아왔다. 여러모로 열악한 이곳 주민들의 여름은 다른 일반 시민이 겪는 여름보다도 훨씬 고되다. 동자동 주민들 같은 주거취약계층에게 여름철 무더위는 매년 반복되는 걱정이다. 이와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재개발’ 이야기도 매년 반복된다. 수 년이 지나도록 시작조차 못 한 동자동 쪽방촌 재개발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올해도 시작된 쪽방촌의 ‘더위’ 걱정 한낮 최고기온 34도를 기록한 6월 19일, 서울엔 올해 들어 처음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걷기만 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이날 서울 동자동 쪽방촌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실내는 좁고 통풍이 잘 안되다 보니 주민들은 그늘과 바람을 찾아 삼삼오오 골목거리로 나왔다. 골목 한쪽의 그늘이나 쪽방촌 옆 공원은 더위를 피하고픈 그들에겐 소중한 쉼터다. 쪽방촌은 도시가 내뿜는 열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건물에 냉방시설은 턱없이 부족한데다 고령층이 많은 특성상 쪽방촌의 여름철 더위는 주민 건강과도 직결된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인해 무더운 날씨도 전보다 잦아졌다. 쪽방촌 주민이자 동자동 사랑방 홍보이사 차재설(66)씨는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공간도 비좁은 꽉 닫힌 공간이라 열기 배출이 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일한 개인 공간인 방은 넓어 봐야 4.96㎡(1.5평)에 불과해 선풍기 하나 놓기도 벅차다. 쪽방촌 사람들에게 에어컨 같은 냉방기기는 사치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은 사실상 ‘반 노숙’을 하며 여름을 보낸다. 한낮은 물론이고 저녁에도 기온이 높은 날엔 새벽까지 인근 야외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이나 신체가 불편한 주민들에겐 이마저도 고역이다. 이런 생활 모습을 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환경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 지 오래다. 이에 서울시도 복지 차원에서 에어컨과 선풍기 설치를 추진하거나 골목 온도를 낮추도록 안개를 자동 분사하는 ‘쿨링 포그’도 설치하는 등 주거환경개선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어서 한계가 분명하다.
차재설씨는 “선풍기 하나도 간신히 들어가는 방에 일반적인 에어컨 설치는 비현실적이고, 공동 복도에 설치하는 에어컨도 쪽방 하나하나에 냉기를 전달하지는 못한다”면서 “결국 어르신들은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야외로 나와 ‘반 노숙’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쪽방촌 선임활동가 박승민씨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공이 주도하는 순환형 재개발”이라고 제시했다. 공공재개발사업, 왜 계속 늦춰질까. 지난 2021년 2월 국토교통부는 동자동 일대 토지를 수용해 노후화된 건물들을 재건축하고, 사업지구 안에 공공임대주택 1250호를 조성해 쪽방촌 주민들을 입주시키는 ‘재정착’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세입자들을 쫓아내 오던 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쪽방촌 세입자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도 건물·토지 소유주들과 세입자인 주민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재개발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2021년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관련 사업 설명 안내문」에 따른 13단계 중 세 번째 단계인 ‘주민 등 의견 청취’를 2024년 6월 현재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유주들은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이 민간재개발로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정당한 이익을 앗아감으로써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2023년 9월 「공공주택 특별법」이 통과되며 건물을 보유했지만 실제로는 살고 있지 않은 비거주 건물주에게도 재건축 후 분양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많은 소유주가 반대한다. 반면 쪽방촌 세입자들은 그간의 민간재개발이 주로 강제 철거·퇴거 방식이었기에 민간재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소유주가 게스트하우스 입점을 이유로 동자동 세입자들을 강제 퇴거시킨 사태가 불과 2015년의 일이다. 차재설씨는 “만약 민간재개발로 방향이 바뀌게 되면 주민들은 갈 곳 없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걱정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성 없는 민간재개발, 갈등에 주민들만 줄어든다 동자동은 과거 수십 년간 재개발 대상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일대는 암반지대라는 특성과 남산 일대 고도제한 규정 때문에 민간이 재개발하기엔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간 재개발되지 않다가 정부 주도의 공공재개발구역으로 결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소유주 측이 민간재개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는 공공재개발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유주 측이 국토부에 제출한 민간개발계획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소유주 측이 제출한 민간재개발 계획안은 공공임대주택을 290호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전체 세입자 수는 물론 공공재개발 시 공급될 공공임대주택 1250호에도 한참 못 미친다. 결국 재개발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쪽방촌 주민들은 올해도 더위와 씨름하고 있다. 또 공공재개발을 기다려 온 많은 어르신이 낙후된 환경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박승민 활동가는 “2021년 정부 발표한 이후 약 90명의 어르신이 세상을 떠났고 현재 남은 쪽방촌 주민은 800명이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세입자 재정착을 우선시하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측을 면담하며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회는 줄곧 강제 철거를 동반하는 민간재개발에 반대했다. 항상 약자들의 편에 섰던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도 도심 재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가난한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정부와 기업 등 기득권층은 도시빈민을 위한 ‘최소한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도시 빈민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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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26 오후 4:12:2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