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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성 베드로 사도의 발자취 2024-06-26
성 베드로. 루벤스 작

한국 교회는 해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6월 29일)이나 이날과 가까운 주일을 교황 주일로 지낸다. 가톨릭교회는 성 베드로를 초대 로마 주교이자 초대 교황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복음서들과 사도행전에는 베드로가 예수의 열두 제자들 가운데서도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고 했다. 특히 마태오 복음서에는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8-19)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주님의 신뢰를 가득 받았지만, 예수님이 수난과 부활에 관해 예고했을 때 베드로가 이를 반박하다가 예수님께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라는 꾸짖음을 들었으며, 예수님께서 유다교 대사제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을 때 세 번이나 주님을 부정하기도 했다.

성 베드로의 이야기를 가장 감명 깊게 그려낸 폴란드 작가 시엔키에비치(Henryk Sienkiewic)의 ‘쿠오 바디스’는 2세기 말 기록으로 추정되는 ‘베드로 행전’에 수록된 일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190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행전에 따르면, 당시 로마의 집정관으로부터 박해를 받은 베드로는 신자들의 권유에 따라 로마를 떠났는데, 길을 가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예수님을 만났다. 베드로가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Quo vadis, Domine)”라고 묻자, 예수님은 “다시 십자가에 매달리려고 로마로 가는 길이다”라고 대답하셨고, 베드로는 그 길로 다시 로마로 돌아와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작곡가 장 누에스(Jean Nouguès, 1875~1932)는 시엔키에비치의 소설을 그대로 오페라로 옮겼다. 이 오페라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가는 성 베드로의 심정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https://youtu.be/4e-HrWVESB0?si=U-ROGHLyf8aKVJ_p

‘쿠오 바디스’를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할 때 참여한 작곡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로저 미클로시(Rózsa Miklós, 1907~1995)다. (이제 영화음악은 클래식 음악의 중요 장르로 평가받으며, 존 윌리엄즈·엔리오 모리코네·히사이시 조 등의 영화음악은 최정상 오케스트라의 정규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1951년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쿠오 바디스’는 로버트 테일러·데보라 카·소피아 로렌이 출연한 영화사에 남는 걸작이다. 미클로시는 이 대작을 빛내는 웅장하고 영성이 가득한 음악을 작곡했고 모음곡으로 정리했다. 영화 같은 성 베드로의 발자취를 같이 걷고 싶을 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다.

https://youtu.be/Z8jIOgJzjLk?si=QR7RqTOLb0jnu7G0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가톨릭평화신문 2024-06-26 오후 1:52:15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