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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 800년전’서 만나는 종교회화 | 2024-0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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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종교회화부터 21세기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서양 미술 800년전’이 개막했다. 옛 거장들과 20세기 이탈리아 미술 작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로빌란트 보에나 갤러리 소장품으로 에드가 드가·마르크 샤갈·호안 미로·데미안 허스트 등 내로라할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서양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종교회화도 감상할 수 있다. 종교 중심의 사회였던 14세기 회화에서는 주로 템페라와 금을 사용했다. ‘템페라’는 안료를 섞을 때 용매로 달걀을 이용해 매우 빨리 마르고 내구성이 강하다. 다시 말해 화가가 신속하게 작업해야 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색에도 한계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산 야코포 아 무치아나 대가의 ‘채색된 십자가’, 파밀리아레 델 보카티의 ‘천사들과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알바로 피레즈 데보라의 ‘요한 세례자·대(大) 야고보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등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알바로 피레즈 데보라의 작품은 이탈리아 피사의 작은 마을 포사반다의 산타 크로체 교회에 있는 제단화다. 양 옆에 성인을 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은 이 시기에 흔히 사용되던 구도로, 아기 예수가 성모 마리아의 손을 잡고 있는 모티브는 피렌체 화파의 특징이다. 네덜란드 지역 화가들이 발명한 유화물감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양한 색상의 물감을 섞거나 덧칠하면서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전시장에서는 프란체스코 그라나치의 ‘띠를 손에 쥔 성모 마리아와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토·성 토마스·성 프란치스코·성 율리아노’를 눈여겨볼 만하다. 가로·세로 2m 안팎의 이 제단화는 성모 마리아가 승천하면서 그녀의 띠(girdle)를 늦게 도착해서 자신의 죽음과 승천을 목격하지 못한 토마스 성인에게 떨구어 주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13세기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 대주교가 집필한 「황금 전설」에 실린 띠의 전설과 성모 승천을 하나의 이미지에 담은 것이다. 이 주제는 특히 토스카나 지역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성모의 띠 유물이 프라토 대성당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야코포 다 폰테의 ‘참회하는 성 예로니모’·마르티노 피아자 다 로디의 ‘목동들의 경배’·페르난도 야녜즈 드 라 알메디나의 ‘성가족’ 등도 전시되어 있다. 빛과 그림자가 극적인 대비를 이룬 카라바조 화풍이 많은 영향을 미쳤던 17세기 미술에서는 디르크 야스페르스 반 바뷔렌의 ‘성전에서 대금업자들을 몰아내는 예수’가 눈에 띈다. 눈부신 조명과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인물들의 묘사가 사실감을 더한다. 또 당시 가장 유명한 여성 화가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에서 죄 많은 과거를 묵상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절제된 방식으로 담아냈다. 전시를 기획한 현대백화점 송한나(엘리사벳) 책임 큐레이터는 “예술이라는 정의가 있기 전부터 그림을 통해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전달했기 때문에 종교회화가 서양미술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며 “초기에는 온화한 아기 예수와 마리아의 모습이 많았다면 유화물감이 확산된 이후에는 성경 속 인물, 주요 성인들의 삶을 표현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연대순으로 조성돼 있고, 전체 60여 점 가운데 종교미술은 초반에 자리하고 있다. 서양미술 800년을 얘기하기에는 작품 수가 적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미술품이라 희소성에서 볼만하다. 전시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 6층 복합문화공간 알트원(ALT.1)에서 백화점 휴관일을 제외하고 9월 18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문의: 02-325-1078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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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26 오후 1:52:1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