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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민심을 잃고 몰락한 이스라엘의 사울왕 | 2024-0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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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독일의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폴란드를 완전히 장악한 독일은 영국과 프랑스에 평화회의를 제의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거부하자 독일은 프랑스 파리까지 단번에 진격했다. 이제 마지막 영국만이 남았다. 영국을 향한 공격이 계속됐기 때문에 영국 국민은 대단히 불안했다. 평화 협상을 제의하는 국민들도 많았다. 말이 평화 협상이지 독일에 점령당하는 것이었다.
이때 영국은 처칠을 수상의 자리에 앉히고 전시 내각을 구성했다. 처칠은 의원들과 국민들에게 “내가 영국을 위해 바칠 수 있는 것은 피와 노력과 땀과 눈물뿐입니다. 나는 모든 힘을 기울여서, 또한 하느님의 도움에 의지하여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마지막 목적은 단 한 가지, 승리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처칠은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중요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치는 민심이 떠나면 민심은 모래처럼 흩어지고 힘이 분산되어 전쟁에서는 백전백패한다.
사무엘은 백성들의 요구에 따라 베냐민 지파의 사울을 이스라엘 최초의 왕으로 뽑았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 안에는 ‘어떻게 저런 사람이 우리 민족을 구할 수 있겠어?’하며 얕잡아 보고 사울을 따르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사울은 처음에는 큰 포용력을 가지고 자신의 정적들을 감싸 안았다. 이스라엘 최초의 왕으로 책봉된 사울은 이스라엘을 잘 다스렸고 백성들은 사울을 하느님이 보내주신 임금으로 섬겼다.
사울이 왕에 오른 지 2년이 지나 필리스티나와 전쟁을 벌였다. 아군의 군대는 적군의 위세에 눌려 모두 떨고 있었고 병사들도 하나둘씩 도망쳤다. 마음이 급해진 사울은 자신이 제사를 지냈다. 그때 바로 사무엘이 나타나 하느님 말씀을 따르지 않은 것을 백성들 앞에서 추궁했다. 사울은 전쟁에서는 다행히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스라엘 백성의 전폭적인 존경을 받던 예언자 사무엘의 추궁으로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는 큰 결함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사울은 후에도 전쟁에서 승리한 후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보다 자신을 드러내는 전승비를 세우는 것에 더 신경을 썼다. 결국 하느님은 사무엘에게 사울을 버리겠다고 최후통첩을 한다. 하느님의 버림을 받은 사울은 더욱 궁지로 몰렸는데 골리앗을 죽인 다윗이 백성의 인기를 독차지한 것이었다. 사울은 다윗을 노골적으로 질투하고 시기했다. 그럴수록 이스라엘 백성의 민심이 떠나고, 가족들의 냉대를 받고, 스승 사무엘에게도 버림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사울은 왕의 자리는 차지하고 있었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사울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손꼽는 영웅이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놓쳐버린 실패한 군주였다. 능력이 출중한 장수였던 사울왕이 권력을 잡은 후 교만해져 민심을 잃고 하느님의 징벌을 당했다, 추락하는 그의 삶은 모든 지도자들에게도 큰 교훈을 안겨준다. 지도자의 가장 큰 힘은 민심이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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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26 오전 9:32:1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