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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2024-06-25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포스터


6월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슬픈 시기입니다. 한국전쟁의 피바람 속에 2백만 명이 넘는 생명이 숨졌고,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는 여전히 위태롭습니다. 한때 실낱같은 평화의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1950년 당시보다 어쩌면 더 위험해진 듯합니다. 핵전쟁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까닭입니다.

핵미사일로 동족을 위협하는 북한과, 미국의 핵우산을 쓴 남한 사이에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신냉전의 광풍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입니다. 남북한 간의 사소한 충 
돌이 자칫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단 얘깁니다. 어떤 정교한 안전장치도 핵무기를 100% 제어하기 어렵습니다. 그 발사 명령을 인간이 내리기 때문입니다.

전설적인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스스로 만든 가공할 무기들을 통제하기에는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턱없이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다투어 핵무기를 개발하던 1960년대, 서로에게 핵공포를 심어주는 것이 핵전쟁을 막는 길이라고 여기는 어리석은 맹신이 이때부터 시작됐지요. 그러던 중 공산주의에 대한 편집증적 증오에 사로잡힌 미국의 장군 ‘잭 리퍼’가 멋대로 핵폭격 명령을 내립니다. 미국의 핵공격이 감행되면 소련이 숨겨둔 ‘심판의 날 장치’가 저절로 가동돼 초대형 핵폭발이 온 지구를 덮치게 됩니다. 인류의 파국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미국 대통령은 긴급전략회의를 소집합니다. 그러나 회의는 엉뚱한 잡소리들로 채워지고, “약간의 민간인 희생만 감수하면 이긴다… 기껏해야 2천만 명 죽는다”는 등의 망언까지 나오지요. 결국 악몽은 현실이 됩니다. 영화는 거대한 버섯구름으로 끝을 맺습니다. 60년 전에 제작된 흑백영화의 경고는 지금도 변함없이 유효합니다. 인류의 광기가 끝내 종말의 핵 방아쇠를 당기고 말 것이라고요, 자신들이 만든 무기로 멸망의 길에 들어서리라고 말입니다.

한반도는 세계를 양분하는 두 세력의 위험천만한 충돌지점입니다. 그 갈등의 와중에서 남북한은 핵무기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동족 간의 증오는 갈수록 깊어갑니다. 자칫 한국전쟁 때보다 몇 곱절 참혹한 지옥이 펼쳐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발 헛된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평화의 주님께서 우리에게 더욱 냉철한 판단력과 굳센 의지를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글 _ 변승우 (명서 베드로, 전 가톨릭평화방송 TV국 국장)
 

[가톨릭평화신문 2024-06-25 오전 9:12:1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