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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은 나눔 손길, 사랑·희망 잇는 다리 놓다 2024-06-19

사단법인 평화3000(상임대표 곽동철 요한 신부)이 베트남에서 지어온 ‘사랑의 집’과 ‘희망의 다리’가 어느새 각각 1054채, 72개가 세워졌다. 평화3000은 열악한 경제와 험난한 지형으로 고통받는 베트남 오지 주민들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17년간 ‘사랑의 집’과 ‘희망의 다리’를 지어왔다.


사업은 2008년 베트남 메콩델타 지역인 벤째성(城)에서 시작돼 2012년 경제적으로 더욱 열악한 까마우성(城)으로 사업지역을 옮겼다. 까마우성은 호찌민에서 360㎞ 떨어진 베트남 최서남단 지역이다. 대부분 주민이 야자수 잎과 나뭇가지로 만든 집에 거주한다. 우기가 되면 지붕과 벽에 비가 들이닥치고, 태풍으로 집이 무너지는 일이 허다하다.


‘사랑의 집’은 주민들이 비가 와도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안전한 보금자리가 돼준다. 1채 당 150만 원의 비용으로 지어지며 베트남 정부가 제공하는 약 33㎡의 대지에 콘크리트 골조 벽돌집 1채와 화장실로 이뤄진다. 지역 내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가정이 수혜대상자이다.


까마우성은 메콩강을 따라 수많은 강과 수로가 퍼져 있다. 마을이 강과 수로에 둘러싸여 강을 건너기 위해 나뭇가지로 만든 ‘원숭이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 그마저도 없는 곳에는 스티로폼과 나무판자로 임시 뗏목을 만들어 쓴다. 지역 주민들과 아이들은 매일 위험을 무릅쓰며 강을 건너다 물에 빠지는 사고를 겪기도 한다.



‘희망의 다리’는 생계와 생활을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주민들 삶의 질을 대폭 높여준다. 800만 원이면 오토바이와 자전거도 다닐 수 있는 길이 30m, 폭 2m 다리 1개를 만들 수 있다. 다리가 없어 30분을 돌아가거나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던 아이들의 등교 시간은 3분으로 단축됐다.


‘사랑의 집’ 수혜자 쩐반히엡씨는 “한국의 후원자와 베트남 정부, 지역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도와준 덕분에 튼튼한 집을 선물 받았다”며 “비바람에 집이 무너지고 수리비가 없어 노숙해야 했던 옛날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의 다리’ 준공식에 참석했던 까마우성 인민위원회 리민븡 주석은 “크고 작은 수로로 통행이 어려웠던 주민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게 된 건 한국의 후원자들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평화3000은 2003년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평화’를 모토로 창립됐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과 국내, 베트남·필리핀·라오스 등 제3세계 어린이들의 밝은 미래를 돕는 비영리단체다. 2008년부터 베트남 주거환경 개선사업 외에도 보건의료사업, 교육지원사업, 장학사업 등 지역 주민들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후원 문의 02-723-9495 평화3000 사무국


◆ 미니인터뷰 - 평화3000 운영위원장 박창일 신부



“조건 없이 나누려는 평화3000의 진심이 전해졌기에 베트남 정부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베트남 벤째·까마우성 곳곳을 다니며 ‘사랑의 집’과 ‘희망의 다리’를 지어온 평화3000 운영위원장 박창일 신부(요한 사도·예수 성심 전교 수도회). 그는 지금까지 세워진 집 1054채, 다리 72개라는 수보다 “종교를 경계하던 베트남 정부가 호의적으로 돌아선 데서 희망을 본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종교 행위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한다. 외국 선교사들은 수도복 착용은커녕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없고 공개적 종교 활동을 할 수 없다. “자신도 현지 활동을 위해 사제 신분을 숨겨야 했다”는 박 신부는 “정부 관계자들이 사업 현장을 따라다니거나, 사업을 돕는 지역 본당까지 감시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들을 안심시키고자 박 신부는 “아무런 조건 없는 ‘인간애’ 실천이 목적임”을 꾸준히 상기시켰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베트남 정서에 맞게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하며 “호형호제하는 친밀한 관계 맺기”에 힘썼다. “선교 목적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왔음”을 늘 강조했다.


그러자 2012년에는 베트남 정부 측에서 ‘희망의 다리’를 놓아달라고 먼저 제안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마음을 잇는 다리”라는 그들 말에 박 신부도 동감하며 곳곳에 다리를 놓자, 베트남 정부도 ‘호의’라는 다리로써 화답했다.


“정부가 지역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시켜 준 거예요. 베트남에서는 중앙정부 승인 없이는 본당을 세울 수 없거든요. 소속 교구장 주교님의 공식 요청이 없었는데도 정부가 먼저 호의를 베푼 것이지요.”


끝으로 박 신부는 “이 모든 건 평범한 한국 신자들의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매달 소액을 적립해 보내준 신자분들, 이웃 돕기를 위해 6개월간 모은 후원금을 들고 사무국으로 찾아온 초등학생들…, 이처럼 평범한 여러분의 조건 없는 나눔이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숨은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6-19 오전 10:32:1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