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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탄생 예고’ 특별한 은총 받고 주님 맞을 준비했던 선구자 | 2024-06-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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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성인의 축일은 그 성인이 선종한 날이다. 그가 천국에 들어간 날을 기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24일, 교회는 성 요한 세례자의 ‘탄생’을 기념하는 대축일을 지낸다. 교회에서 탄생을 기리는 경우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요한 세례자밖에 없다. 그만큼 중요한 사건인 요한 세례자의 탄생과 그의 삶에 대해 알아본다. □ 요한 세례자 탄생의 의미 요한 세례자는 예루살렘 남서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아인 카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는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성지보호구 관할인 ‘성모 방문 기념 성당’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기념 성당’이 있다. 가브리엘 천사가 요한 세례자의 아버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아이의 탄생을 예고할 때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루카 1,17)라며 요한 세례자의 역할에 대해 밝혔다. 이처럼 요한 세례자는 구약의 마지막이자 신약 최초의 예언자였다. 그는 옛것을 대표하고 새것을 예고했다. 옛것을 의미하는 노부부에게서 태어났으며, 새것을 예고하기에 태중에서 예수님을 만나 뛰놀며 선지자임이 드러났다. 즈카르야가 곧 허물어질 성전의 사제라는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즈카리야는 천사의 말을 믿지 않았다가, 요한 세례자가 태어나 목소리를 내고 이름을 받을 때까지 벙어리가 된다. 요한 세례자가 자기 자신을 선포하는 인물이었다면 즈카르야는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즈카르야의 혀가 풀린 것은 ‘하느님과의 화해’를 나타내는, 예수님의 죽음 이후 찢어진 성전 휘장과 같은 의미이다. □ 요한 세례자와 예수님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루카 1,36)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중요한 순간, 천사는 요한 세례자의 이야기를 했다. 이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있어 요한 세례자의 사명이 예수님의 사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요한 세례자와 예수님의 이름을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성령께서 지으셨다. ‘요한’의 히브리어 어근은 ‘하느님은 은혜로우시다’라는 뜻이다. ‘예수’는 ‘하느님은 구원이시다’ 또는 ‘하느님은 구원하신다’를 의미한다. 은혜와 구원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앞서서 그의 길을 닦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요한 세례자. 요한 세례자는 ‘일시적인 소리’로서, ‘태초부터 영원한 말씀’이신 주님을 보조하는 역할에 만족하며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고 겸손을 표했다. □ 태중에서 사라진 요한 세례자의 원죄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루카 1,41-42)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을 잉태한 뒤 임신한 사촌 엘리사벳을 찾아갔다. 구세주와 함께였던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은 순간 엘리사벳 태중의 아기에게 성령이 임했다. 이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1224 혹은 1225~1274) 등의 믿음대로 요한 세례자는 그 순간 성화됐고 마치 그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세례를 받은 것처럼 원죄로부터 깨끗해졌음을 시사한다. 엘리사벳이 임신하기 전 가브리엘 천사가 요한 세례자의 아버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요한 세례자가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루카 1,15)라고 한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다.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는 회칙 「묵주기도에 관하여」에서 “성 요한 세례자는 특별한 권능으로 그의 어머니 태중에서 성화되고 특별한 은총을 받아 주님의 길을 예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수님께서도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루카 7,28)고 했다. 그러나 요한 세례자가 성모 마리아처럼 원죄 없이 잉태된 것은 아니다. □ 요한 세례자의 탄생일이 6월 24일인 이유 4세기경 정립된 주님 성탄 대축일이 12월 25일이었기에 5세기 초부터 기념하게 된 요한 세례자의 탄생일은 자연스럽게 주님 성탄 대축일 6개월 전인 6월이 됐다. 그런데 왜 6월 25일이 아닌 24일일까? 이는 로마식 계산 방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달의 칼렌드(Kalends, 첫 번째 날)부터 거꾸로 진행된 계산 방식에 의해 당시 주님 성탄 대축일은 ‘1월의 칼렌드 8일 전’(Octavo Kalendas Januarii)이었다. 이와같이 요한 세례자의 탄생일은 ‘7월의 칼렌드 8일 전’으로 정해졌다. 12월은 31일까지 있지만 6월은 30일까지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계산 방식으로는 6월 24일이 됐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탄생일은 동지 즈음이고 요한 세례자의 탄생일은 하지 무렵이다. 동지 이후로는 낮이 더 길어지며, 하지 이후로는 낮이 줄어든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는 요한 세례자의 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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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19 오전 10:32:1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