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들은 한국 젊은이들의 샤머니즘 의존 현상은 사회의 팍팍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사진은 한국의 샤머니즘 유행을 심층 보도한 로이터통신 기사.
외국 언론들은 한국 젊은이들의 샤머니즘 의존 현상은 사회의 팍팍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사진은 한국의 샤머니즘 유행을 심층 보도한 피데스 기사.
로이터통신에 이어 교황청 선교지 피데스(Agenzia Fides)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샤머니즘(무속 신앙)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피데스는 지난 10일 ‘수많은 젊은이 팔로어를 거느린 SNS상의 샤머니즘’이란 제하 기사에서 “과학기술이 발달한 나라로 알려진 한국에서 샤머니즘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젊은 세대에서 부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8일 ‘한국의 젊은 무당들이 SNS를 통해 전통을 되살린다’란 제목으로 이런 사회적 현상을 심층 보도했다.
팍팍한 현실 탓에 무속 의존
한국 사회의 샤머니즘 유행을 바라보는 두 매체의 시각은 대동소이하다. 피데스는 “일자리와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이 위안과 안도감을 얻기 위해 신비한 힘에 의존한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젊은 무당과 그들의 무속 행위, 운세 풀이, 복채 등 무속 풍습 전반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또 샤머니즘 유행의 원인으로 무속인들이 각종 SNS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고, 최근 젊은 무당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파묘’가 흥행에 성공한 점을 꼽았다.
김동규 서강대 한국종교학술원 연구원은 “과거 무당들이 신문을 통해 자신을 홍보했듯, 요즘 무당들이 SNS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또 무속 신앙을 전근대적 미신이라며 배척하는 그리스도인은 물론 이른바 엘리트 집단에 속한 사람도 무속인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피데스는 뿌리가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의 무속은 “악귀를 몰아내고, 병자를 고치고, 조상과 망자의 영혼을 돌봄으로써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종교적 제의로 묘사돼 왔다”며 “샤머니즘이 부활하는 현상은 한국 사회에 영성과 초월성에 대한 욕구가 널리 퍼져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피데스 보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무속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과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결부시켜 교회 청년 사목에 일종의 방향을 제시한 점이다. 피데스는 한국 교회가 WYD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젊은이들의 무속 의존 현상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WYD 준비를 총괄하는 이경상 주교가 인터뷰에서 “(WYD를 통해) 젊은이들의 신앙이 살아나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을 덧붙였다.
그리스도인은 미신 믿지 않아
현대인들의 무속 의존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 중 하나가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교황은 신앙인들조차 점과 사주풀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지난해 7월 삼종기도 훈화에서 “그리스도인은 주술·타로카드·운세·기타 유사한 것들과 같은 미신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그리스도인이 손금을 보러 간다. 제발 그러지 마라!”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어 무속인의 예언(?)에 귀를 기울이는 데 대해 “사실 우리 모두가 세례를 받음으로써 예언의 은사와 사명을 받았다”며 진정한 예언자는 (미래를 점치는 주술사가 아니라) 성령의 활동 아래 다른 사람들이 현재를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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