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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 종교 자유 및 가톨릭 활동 야금야금 침해 2024-06-19
호주 시드니대교구장 앤서니 피셔(오른쪽) 대주교가 성경에 입을 맞추고 있다. 앤서니 피셔 대주교 페이스북 캡처


호주의 종교 자유에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 시드니대교구장 앤서니 피셔 대주교는 호주 정부가 의료·교육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종교의 자유를 점진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에선 현재 낙태죄가 자유를 얻고 있다. 앤서니 대주교는 “최근 몇 년간 호주에서 낙태는 완전히 비범죄화됐다”며 “일부 주에서는 의료인의 양심에 따른 시술 거부에도 환자를 낙태 시술 기관에 연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낙태센터 150m 근방에서는 기도하는 것조차 형사 범죄로 간주하는 주가 많아졌다”며 “안락사도 합법화되는가 하면, 3개 주에서는 이미 지역 내 가톨릭노인요양시설 환자에게 치명적 약물을 제공하도록 ‘살해팀’을 초대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와 교회가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두고 부딪히고 있다. 특히 호주가 2017년 말 동성혼을 합법화한 이후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그리스도교와 종단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왔고, 급기야 지난 3월 호주 연방 정부는 종교학교가 성소수자 학생과 교직원을 차별할 수 없도록 보장하는 것에 관한 호주 법률개혁위원회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러 부침 속에 호주 수도 캔버라의 준주(ACT) 정부는 지난해 5월 ‘골고타공공병원’을 강제로 인수하기도 했다. 레이첼 스티븐-스미스 호주 ACT 보건장관이 병원을 인수하고 두 달 이내에 캔버라 보건 서비스에 포함하는 법안을 입법부에 제출한 것이다.

캔버라-골번대교구장 크리스토퍼 프로우스 대주교는 즉각 항의하고 소송을 감행했지만, 결국 골고타공공병원은 정부에 넘어간 뒤 ‘북캔버라병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앤서니 대주교는 “가톨릭 병원의 토지와 건물·직원·운영권을 강탈하는 것은 호주 정부의 종교에 대한 공격이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에서도 종교침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호주에서는 학생 5명 중 1명이 가톨릭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복음화하는 데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호주 성직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앤서니 대주교는 “이는 차별금지법을 칼로 사용해 교회 가르침에 따라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가로막는 처사”라며 “종교 학교의 직원 고용 자율권과 제한 없이 교회 가르침을 전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며, 호주 당국의 이 같은 권고는 가톨릭 학교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당국은 종교 기관이 행하는 자선활동의 자유도 박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서니 대주교는 “이런 움직임은 교육·건강·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회의 능력을 파괴할 수 있다”며 “종교 기관이 더 이상 자선활동을 하지 못하게끔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제재”라고 주장했다.

앤서니 대주교는 “그리스도교에서 가르치는 인간 고유의 존엄성은 부정하면서 특정 인권을 주장하려는 현대 사회의 도전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며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기도와 봉사, 성찬례에 헌신하며 우리 시대의 성인이 되는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6-19 오전 8:52:15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