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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것에서 배우려는 자세 2024-06-19


지속 양성이라고 대체로 교리를 다시 배우거나 특별한 양성 과정에 등록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양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여기서는 삶 자체가 양성의 장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위한 양성 학교를 따로 만들지 않으셨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생활 자체가 양성의 장이었고,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양성의 방법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시며 스스로 생각하도록 양성하셨다. 정해진 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하느님 자녀로 사는 삶을 찾아가도록 하셨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 이야기(루카 24,13-35 참조)는 예수님의 양성 방법을 잘 드러내 준다. 먼저 양성은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진행된다. “무슨 일이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며, 그들 스스로 자신이 살아온 삶과 경험을 나누도록 초대하신다. 이어서 성경 말씀을 풀이해 주시며, 말씀에 비추어 삶을 다시 바라보도록 인도하신다. 제자들은 구세주의 본래 모습을 새롭게 깨닫고, 빵의 나눔을 통해 자기들과 함께 계셨던 주님을 알아보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같은 방법으로 우리를 양성하신다. 주님은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신다. 제자들이 그분을 몰라본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주님께서는 우리 삶에 관심을 기울이시며, 우리가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도록 초대하신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우리 삶을 다시 바라보도록 인도하신다.

제자들처럼 우리도 스스로 만들어놓은 너무나 인간적인 구원에 대한 기대와 생각을 조금씩 깨고, 그분께서 알려주시는 하느님 나라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분과 빵의 나눔을 통해 우리의 눈이 밝아져, 우리 안에 함께 계신 그분을 알아보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양성이란 이처럼 그리스도와 함께 걸으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신앙의 눈으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며 그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알아보고 그분과 함께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삶 자체가 양성의 장이며 학교다. 거기에는 삶이라는 소재가 있고, 함께 걷는 공동체가 있으며, 말씀이 있고 성찬의 나눔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안에 예수님이 계시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 다양한 만남과 사건이 이어질 것이며, 양성은 지속될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주님을 더욱 잘 알아가고, 우리 자신도 더욱 잘 알아갈 것이며,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삶을 양성의 장으로 생각하는 생각과 자세의 변화다. 그리고 삶을 이야기로 담아내려는 의지다. 그렇기에 노트를 준비해 삶의 이야기를 담아놓는 것은 중요하다. 삶에서 겪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내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 겪는 일들, 심지어 시련과 위기, 병고와 고통, 죽음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양성하시기 위해 재료로 사용하신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평범한 삶에서 겪는 모든 것, 모든 만남이 기록해야 할 배움의 내용이다. 우리는 모든 것에서,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 어린아이의 말 한마디가 우리의 영혼을 깨우고, 병자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세상을 떠난 이들, 그들의 유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삶의 깊은 차원에 다가서게 한다. 이러한 양성을 통해 우리 안에 형성되는 내적 인간이 굳세어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에페 3,16-17 참조)



한민택 신부
[가톨릭평화신문 2024-06-19 오전 8:32:1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