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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단톡방’ 최초 보도한 기자, 신앙으로 협박 이겨내 | 2024-06-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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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쓰는 일이 정말 두려워서 두 번 다시 기사를 쓰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 저와 남편 신상이 다 털렸고, 남편은 제게 휴직을 권했죠. 기사를 쓸 때마다 악성 댓글이 달리고, 회사 SNS 공식 계정에 ‘왜 저 기자를 자르지 않느냐’는 항의 글도 올라왔어요. 그때 임신 초기였는데 새벽에 음란한 사진과 글을 받았고요. 저는 부당한 일을 한 그들에게 의미 있는 결과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힘들어도 버티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5년 전 K팝 스타들의 성추문 사건 ‘버닝썬’ 사태를 재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지난 5월 19일 공개됐다. 영국 BBC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는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에 올라온 메시지와 동영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다시 충격을 안겼다.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불법촬영 사건으로 시작하는 이 다큐는 조회 수 900만을 넘겼다. 정준영 불법촬영 사건을 2016년 9월 23일 최초로 보도한 이가 스포츠서울 문화연예부 박효실(힐데가르트) 기자다. 그녀는 다큐에 출연해 취재 과정을 밝혔다. 당시 임신 중 두 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은 그는 다큐에서 “제 뒤에 많은 여기자가 또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지옥같던 시기를 견뎌냈다”고 회고했다. 위험해도 ‘의미있는 보도’라면 13일 서울 명동대성당 인근에서 만난 박효실 기자는 “방송 후 동료와 후배 기자들한테 연락을 많이 받았다”면서 신앙에 의지해 버텨온 시간을 털어놨다. “다큐 촬영 때 하마스 내전 같은 위험한 일을 취재하는 BBC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나도 사이버 테러를 당했고 위험한 일을 많이 겪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굉장히 위험한 일인 거 같다’고요. ‘위험한 보도를 하면 남편과 딸이 걱정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보도는 의미가 있다’고요.” 박 기자는 “다큐를 보며 제가 생각하는 추악함의 범위를 벗어나는 사건이 공공연하게 반복되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면서 “내가 무서운 사건에 연루돼 지옥의 문고리를 잡았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준영 팬들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협박과 비난을 받았다. “그때 성서백주간 봉사를 할 때였는데, 성경 구절이 다 저한테 주시는 말씀 같은 거예요. ‘복수와 보복은 내가 할 일’(신명 32,35)이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죠. 하느님이 해결해주신다는데, 내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기쁘게 살자, 하느님은 모든 걸 아시니까 괜찮다’라고 생각했어요.” 사건 후 그의 기사에는 ‘참 기자이십니다’, ‘무사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댓글들이 종종 달린다. 2000년 입사한 박 기자는 “예전에는 용감함이 지나쳐 과감했고, ‘맞는 말이면 날카로울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신앙을 갖고 나서 정의는 어느 편에 있느냐에 따라 바뀐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바티칸 김대건 성상 제막식 취재 그는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원이자 성서백주간 봉사자·본당 매리지 앤 카운터(ME) 대표로도 봉사하고 있다. 전례 독서단과 부부 복사활동도 한다. 지난해 바티칸에서 열린 김대건 성상 제막식 취재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인터뷰도 했다. 그는 “신자로서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다”며 “바티칸에 자신의 신앙을 지킨 앳된 김대건 성인의 하얀 성상이 드러난 순간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2016년 그 사건으로 억울한 일, 불의한 일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적은 없었나 많이 돌아보고 반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하느님이 철없던 저를 겸손해지라고 납작하게 두드려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쓰라고 제 손목을 꽉 붙들어주신 거라고요.”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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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9 오전 8:32:1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