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를 배불리 먹고 낸 돈 3000원. 한끼 식사 비용으로 비싸지 않은, 그렇다고 무료는 아닌 밥값의 이면에는 밥을 먹고 가는 청년들의 자존감을 지켜준다는 배려와 사랑이 담겨 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주는 식당.
그리스도인다운 삶고자 문을 연 청년식당들은 따뜻함이 채워진 밥심으로 청년들을 살아가게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은 “쌀 한 톨, 밥 한 공기의 기적을 믿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땅에 사랑의 온도를 높이고 있는 청년밥집 지도를 그려본다.
■ 청년밥상 문간
교회가 운영하는 청년밥집의 시작인 곳이다. 2017년 12월 정릉점을 연 이후 이화여자대학교점, 낙성대점, 제주점, 슬로우점(대학로)등 5개 지점으로 늘어났다. 정릉점은 식당 외에도 북카페와 옥상을 개방해 청년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꾸몄다. 글라렛선교수도회 이문수(가브리엘) 신부는 고시원에서 굶어 죽은 청년 이야기를 듣고 청년들이 부담없이 들어와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열었다. 유일한 메뉴인 김치찌개는 3000원이다.
☞ 정릉점: 서울 성북구 보국문로11길 18-2 2층,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휴게시간 오후 2시30분~5시, 공휴일 휴무)
☞ 이화여자대학교점: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39 지하 1층,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휴게시간 오후 4시~5시, 공휴일 휴무)
☞ 낙성대점: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44길 26 지하1층, 월~토요일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공휴일 휴무)
☞ 제주점: 제주도 제주시 승천로7(이도이동),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공휴일 휴무 )
☞ 슬로우점(대학로점): 서울 종로구 동숭3길 33, 월~토요일 오전 11시~ 오후 8시30분(휴게시간 오후 2시 30분~5시)
■ 밥집알로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이사장 전주희 바오로 수사)이 운영하고 있는 밥집알로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시작됐다. 시설을 퇴소하고 혼밥을 할 때 가장 서글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밥을 해주고자 수도자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 밥집알로는 따뜻한 집밥 뿐 아니라 고민 상담 서비스와 휴식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면 꿈나무마을 상담사와 연계해 심리·정서 상담을 진행한다. 건물 4층에는 소파와 야외 테라스 등을 구비해 청년들이 와서 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청년들이 좋아할만한 다양한 반찬으로 구성된 한끼 밥값은 1000원이다.
☞ 서울 은평구 진흥로 57, 3·4층, 화~일요일 오후 4시 30분~8시 30분
■ 젊은이 따순밥집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광주관구가 운영하는 청년밥집이다.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나눔을 하는 성 요셉의 집 2호점 운영 대상을 고민하다 청년들에게 눈을 돌린 것. 인근에 조선대와 전남대 캠퍼스, 기독간호대가 있는 젊은이 따순밥집은 매일 ‘따순’ 점심을 청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단돈 2000원에 제공하는 메뉴는 김치찌개. 수요일만 카레로 메뉴를 달리한다. 100% 후원으로 매일의 식사가 차려지는 이곳을 사람들은 “천사들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센터 1층에는 청년과 주민들을 위한 공방 찻집도 운영한다.
☞ 광주시 남구 오기원길6 버들숲 양림어울림센터 2층,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재료 소진시까지 운영.
■ 청년식탁 사잇길
청년들이 식탁을 중심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사잇길, 골목이라는 뜻이다. 전주교구는 청년들에게 쉬고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전북대학교 인근에 사잇길을 열었다. 주방과 두 개의 방으로 구성된 공간에서는 식사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 명사와의 대화, 영화 나눔 등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활동도 진행한다. 식사시간이 아니라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다. 점심과 저녁에 제공되는 김치찌개는 3000원이다.
☞ 전주시 금암동 668-3 210호, 점심 오전 11시~오후 2시30분, 저녁 오후 5시30분~8시
■ 청년밥상 빨라우
인천 인하대학교 후문 인근에 2024년 5월 문을 열었다. 식당은 재속 전교 가르멜회와 전교 가르멜 수녀회가 운영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끼니를 거를지 모를 청년들을 위해 사랑을 선포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밥집을 열었다. 청년밥상 빨라우를 운영하는 수도자들은 청년들이 부담없이 편하게 올 수 있는 밥집을 만들고자 청년밥집 문간에 자문을 구하는 등 여러 노력 끝에 빨라우의 문을 열었다. 메뉴도 청년밥상 문간과 동일하게 3000원짜리 김치찌개를 판매하고 있다.
☞ 인천 미추홀구 경인남길30번길 39 ,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
■ 청년공간 모락모락
국제 평신도 공동체인 CLC(Christian Life Community)가 세운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힘’도 청년공간 모락모락을 운영하고 있다. 치솟는 외식물가로 끼니를 거르거나 빈약한 식사로 허기를 채우는 청년들을 위해 주말에 식당 문을 열었다. 모락모락 역시 부담없는 가격 3000원으로 김치찌개를 판매하고 있다. 모락모락은 청년들이 존재 자체로서 존중받고 환대받는 공간을 지향한다. 따라서 식당 뿐 아니라 공유공간에서 청년들이 휴식도 취하고 또래들과 소통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 258 4층 501-2호, 토·일요일 오전11시~오후 8시30분(휴게시간 오후 2시30분~5시)
■ ''얘들아~ 밥먹자!'' 밥차
인보 성체 수도회 서울 인보의 집(원장 홍미라 루치아 수녀)은 청년들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는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밥차가 정차하는 곳은 고시원이나 원룸이 많은 신림동과 수유동이다. 이용 대상은 9살부터 35살까지. 오락시설이 많은 수유동 밥차에는 주로 학교밖 청소년들이 찾아온다.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한다. 토스트를 기본으로 돈가스, 오므라이스, 불고기, 김치볶음밥 등 수녀님의 정성이 담긴 음식들이 차려진다. 음식은 모두 무료다.
☞ 서울 신림동·수유동 인근, 화·금요일 오후 6시~9시. 문의: 02-793-9178 서울 인보의 집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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