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성미술 작가 다이어리] 김상일 작가 | 2024-06-12 |
---|---|
■ 돌고 돌아 온 조각가의 길 저는 원래 의사나 건축가가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봤는데, 원하는 학교에 떨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서울예고에 지원했어요. 한번 그냥 학교에 가봤는데, 다니고 싶어지더라고요.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여름방학 동안 한 달 정도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레슨을 받았어요. 재주가 있었는지 석고 데생을 세 번 만에 완벽하게 파악해서 그릴 수 있었어요. 예고를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가 좀 많이 아팠어요. 제대로 공부를 못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동국대에 잠깐 다녔어요. 그런데 학교 다니는 게 재미가 없었어요. 잠시 방황하다 입대했어요. 그리고 다시 공부해서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에 입학한 거예요. 가톨릭 신앙은 결혼하면서 받아들이게 됐어요. 처가가 독실한 가톨릭신자 집안이었거든요. 처남이 신부님이기도 하고요. 결혼 조건이 제가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어요. 종교를 갖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어요. 아버지는 월남한 시인이셨어요. 이중섭 화가에게 담배 은박지를 모아 주신 분이 제 아버지셨어요. 시인이어서 구상 시인과도 가까이 지냈고요. 엔도 슈사쿠의 「예수의 생애」를 번역해 출간하시는 등 집안에 그리스도교적 베이스는 있었어요. 어머니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셨고요. ■ 조각에서 건축으로 활동 영역 확대 대학 졸업 후 잠시 서울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오래 있지는 못했어요. 제 작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조각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건축을 공부했어요. 유럽의 성당 도면들을 가져다가 외워가면서 혼자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서울 연희동에 한 다가구주택 디자인을 했어요. 처음 건축일을 한 거죠. 좋은 건축사를 만나 잘 지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리고 제 작업실을 직접 디자인했어요. 마침 서울예고 교사 몇 명이 자기들도 작업실을 짓고 싶다고 해서 경기도 파주 법원리에 4채를 지었어요. 요즘 오피스텔에서 유행하는 복층형 작업실이었어요. 한쪽은 높은 층고를 둬 작업에 편리성을 더했고, 다른 한쪽은 2층 구조로 방이나 휴게실, 주방 등을 뒀죠. 그런데, 이 작업실 단지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어요. 그렇게 건축가로서 입지를 굳히게 됐어요. 처음 성당에서 작업을 한 것은 파주에 있는 의정부교구 법원리성당이었어요. 잘 알고 지내던 한 신부님이 법원리본당에 부임했는데, 성당 설계를 부탁하셨어요. 사제관과 성당을 구름다리로 잇는 설계를 해서 지어드렸어요. 이어서 서울 노량진성당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고요. 성당을 지으면서 제대와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 등도 작업했어요. 계속해서 서울 대치3동성당 리모델링에 참여했고, 수원교구 안산성마리아성당, 의정부교구 덕소성당 등을 설계했어요. 서울 강일동성당 건축에도 참여했는데요, 처음에는 단독으로 성당을 지으려고 했어요. 강변에 우뚝 서 있는 아파트와는 대조적으로 은은하게 내려가는 지하성당을 구상했었죠. 그런데 마땅한 땅이 없어서 결국 지금은 강일성모노인요양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지만요. 건물 안에 성당을 꾸미는 일이라 좀 어려움이 있었어요. 기존 건물의 공간 안에 돔 형식으로 설계했지요. 제대의 예수부활상은 예수 부활의 의미를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에 퍼트리자는 의미로 제작했어요. ■ 신자들에게 위안과 편안함을 주는 성당 돼야 제가 그렇게 신앙심이 깊지는 않지만, 성당에 대한 의견은 확고해요. 큰 규모의 성당보다는 아담하게 지어 사람들에게 위안과 평안함을 주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용하고 편안한 성당인거죠. 성당을 짓는 데 요새는 신소재들을 많이 쓰는데, 벽돌과 회벽을 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지어야 습도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요. 요새는 그냥 시멘트를 발라버리는데, 시멘트는 오래 가지 못해요. 1989년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전시 주제가 ‘잃어버린 성지(聖地)’였어요. 제 마음속에 있는 성당의 모습, 초가집같이 아늑하고 편안한 성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죠. 순수한 마음으로 제가 생각하는 종교의 모습, 신앙심을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였죠. 이후로도 작품을 통해 꾸준히 나름 구도자로서의 나를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갤러리도 한 20년 운영했어요. 형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세웠는데, 회사가 잘 됐어요. 그래서 회사에서 번 돈을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는 데에 쓴 거죠. 전시해 주고 도록도 만들어 주고요. 젊은 작가들과 어울리며 저도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아요. 만일 새로 성당을 짓게 된다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제대 벽을 크고 작은 못으로 표현하고 그 앞에 십자가 고상을 거는 거죠. 우리 신앙인들은 계속해서 예수님의 손과 발에 못을 박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항상 우리를 용서해 주시고요. 제 작품 구상을 펼칠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 김상일(그레고리오) 작가는 |
|
[가톨릭신문 2024-06-12 오전 9:32:2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