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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거친 그리스도교 미술의 격동적 변화 | 2024-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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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세기의 유럽은 지옥과 같은 어둠을 가져온 전쟁으로 인간 삶은 철저히 파괴됐고 눈물과 상처, 절규가 가득했다. 19세기의 혼란과 20세기 초 연이어 벌어진 제1·2차 세계대전은 인간다움과 생명의 가치를 잃게 만들었고 삶의 의미마저 부정하게 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예술, 그리스도교 미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은 안톤 헨제의 「현대 회화에서의 그리스도교적 주제」를 보완 편집한 것이다. 헨제는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미술사학 전공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유럽의 그리스도교 미술사, 특히 19~20세기 유럽 그리스도교 미술사 연구에 천착해 온 인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헨제는 책에서 주목한 화가들과 그 작품을 통해 삶에 대한 존재론적 회의가 팽배했던 시기에 신앙으로 인간의 존엄을 되찾고자 했던 흔적을 소개한다. 크게 2부로 나뉜 책은 1부에서 19~20세기의 그리스도교 미술에 대한 개황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구약’과 ‘천사’, ‘성모 마리아’, 그리스도‘ 등을 카테고리로, 그리스도교적 주제의 현대 작품을 소개한다. 조르주 루오의 ‘성스러운 얼굴’, 앙리 마티스의 ‘성모자’, 앙리 루소의 ‘하와와 뱀’, 파블로 피카소의 ‘다윗과 밧세바’ 등 익숙한 화가들의 성미술을 마주하는 반가움과 더불어 과거 전통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새로운 표현과 방법을 추구한 성화를 만나보는 신선함이 있다. 예를 들어 빌헬름 베벨스는 ‘이집트로의 도피’에서 성가족을 눈보라 속에 떠나는 난민 가족으로 표현하고 있고(155쪽),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한스 로버트 피팔은 ‘수탉 까마귀’로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218쪽)를 그렸다. 눈물 흘리는 베드로의 절망 뒤로 끝없이 보이는 공허한 지평선은 전쟁의 폐허처럼 느껴진다. 프랑스 표현주의 화가 베르나르 뷔페의 ‘피에타’(266쪽)는 마치 연극의 정지된 무대 같다. 단정한 차림의 현대인들이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장면은 타인의 고통 앞에 무기력한 현대인의 슬픈 감성을 드러낸다. 책은 18세기 말부터 오랫동안 이어진 사회적 대 혼란기를 거치면서 교회를 둘러싼 그리스도교 미술의 현장이 어떻게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20세기에 이르렀는지 보여 준다. 작품 제작의 중심이 작가라는 개인에게로 옮겨져 온 모습, 성경에 대한 창조적인 재해석 등 당대 미술의 격동적 변화와 변모가 어떻게 그리스도교 미술에 작용했는지 살펴보는 기회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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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05 오전 9:12:0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