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성 안토니오의 성스러운 혀를 기림’ | 2024-06-05 |
---|---|
6월 13일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안토니오 성인(1195~1231)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을 따라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사랑했고 또 탁월한 설교로 유명했습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1946년 성인을 교회 박사로 선포했습니다. 성인의 설교에 관해서는 여러 전설이 있는데, 구스타프 말러는 이를 소재로 한 가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Des Antonius von Padua Fischpredigt)’를 쓰기도 했지요.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의 파도바에는 성인의 유해를 모신 준대성전이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순례객이 찾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대성당(Basilica di Sant’Antonio di Padova)입니다. 성인을 주보로 모시는 파도바 사람들은 이곳을 ‘성인의 대성당(Basilica del Santo)’, 혹은 그냥 ‘성인(Il Santo)’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네요. 1263년 성인의 유해를 대성전에 모시기 위해 무덤을 개봉했을 때, 보나벤투라 성인을 비롯한 입회인들은 성인의 혀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보존된 것을 보고 경탄하며 유물함에 따로 모셨고 지금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 이후 대성당에서는 전통적으로 해마다 두 번, 성인의 축일인 6월 13일과 성인의 혀를 발견한 2월 15일을 기념했는데, 수백 년 동안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위촉하고 또 가까운 베네치아에서 많은 음악가를 초청해서 성대한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비발디 집안은 특히 이 성당과 긴밀한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비발디의 아버지인 조반니 바티스타 비발디는 여러 차례 축일 미사에 참여했으며, 안토니오 비발디 역시 아버지와 함께 혹은 혼자 여러 번 참여했습니다. 파도바 대성당을 위해서 쓴 것으로 알려진 비발디 작품이 몇 곡 있는데, 그중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RV 212)가 가장 유명합니다. 1712년에 행사에 참여하면서 쓴 이 협주곡에는 ‘성 안토니오의 성스러운 혀를 기리는 축일을 위한 fatto per la Solennit? della S. Lingua di S. Antonio in Padoa’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협주곡은 수백 곡에 달하는 비발디의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또 악보에 비발디가 직접 붙인 화려한 카덴차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로, 비발디가 보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극단적이고 격렬한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었다는 당대 증언을 실감할 수 있는 귀한 작품입니다. 사실 ‘사계’를 비롯해 출판을 위해 발표한 곡들은 악보를 구입해 연주할 아마추어 연주자를 고려해서 너무 어려운 기교는 자제했거든요. 성당에 모인 이들은 아마도 ‘빨간 머리 신부님’ 비발디가 바이올린 브리지 끝까지 손을 뻗으며 들려주는 변화무쌍한 연주에 깜짝 놀랐을 것 같습니다. 이 광경을 상상하며 음악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
|
[가톨릭신문 2024-06-05 오전 9:12:07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