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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운동에 진심인 ‘대전교구 첫 탄소중립본당’ 2024-06-05

대전교구 갈마동 본당(주임 김동규 미카엘 신부)에서는 야외에서 열리는 행사가 끝난 뒤 일회용품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본당에서 쓰는 접시와 수저, 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성당 한켠에는 우유팩과 아이스팩 수거함이 놓여있고, 1층 로비의 전등은 저녁 때가 될 때까지 꺼져 있다.


행사 때마다 집기를 가져가 씻어야 하고, 최소한의 냉방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견디기 힘들 때가 있지만 생태환경을 위해 실천한 신자들의 하루는 하느님 앞에 보다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갈마동본당은 지난 5월 27일 대전교구로부터 탄소중립 SOL 인증을 받았다. 탄소중립 인증을 받은 본당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갈마동본당은 전기와 가스, 석유류, 물 사용량의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넷 제로(Net-Zero)를 달성하고 교육과 생태적 실천 활동, 자원순환 활동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 5년간 40%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했고, 2023년 한 해 동안 에너지비용을 절감한 비용은 700만 원에 달한다.


본당의 탄소중립 여정은 교육부터 시작됐다. 전임 주임 신부였던 임상교(대건 안드레아·천안성정동 본당 주임) 신부는 왜 창조질서 보존에 동참해야 하는지 의미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탄소중립 실천에 앞서 신자들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옥화(베르나데트)씨는 “하느님이 주신 것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용해야 된다는 것을 교육을 들으며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며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교육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이후 본당에 생긴 변화는 태양광발전소 설치다. 갈마동본당은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통해 지붕에 총 94.4kW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자립했다. 57t의 탄소를 줄였고, 이는 30년생 소나무 6200여 그루를 심은 효과가 있다.


이후 부임한 김동규 신부는 신자들이 동참할 수 있는 생태운동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제단체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생태활동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한 성당 내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신자 수가 적은 평일 미사 때 활용할 수 있는 소성당을 재정비했다. 특히 에너지 절약을 솔선수범하는 사제의 모습은 신자들에게 가장 큰 귀감이 됐다.


정상준(암브로시오) 사목회장은 “신부님은 생각하신 것을 혼자서 하시는 게 아니라 항상 신자들에게 의견을 묻고 나서 이것을 함께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눈에 보이는 수치로 제안해 주신다”며 “사제관에서 불필요한 조명이나 난방을 켜지 않고 지내시는 신부님을 보면서 신자들도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줄이는 데 함께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존을 위해 갈마동본당 신자들이 함께 걸어온 9년은 실제로 탄소중립을 이뤄냈을 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할 때 공동의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선물했다. 그 결속력은 하느님의 성전 안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신앙적 자신감을 공동체에 불어넣었다.


김동규 신부는 “공동의 집인 성전에서부터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이해하고 사제와 신자들이 힘을 모아 실천한 결과 탄소중립 본당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 ”탄소중립 노력이 10년에 가까워진 지금, 각자 본당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면 앞으로는 생활 안에서도 실천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6-05 오전 9:12:07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