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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의 3요소, 개방·청취·자율 | 2024-0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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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이란 말을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양성이란 것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수많은 양성을 받아 왔음을 인정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모습이 바로 양성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양성에 눈뜰 수 있다면 삶을 완전히 새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양성 마인드는 열린 자세로 듣고 배우고 질문을 던지고 타인과 더불어 살며 자율적으로 삶을 기획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먼저 양성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자. 양성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세월도 흐르는데, 나만 그 자리에 멈춰도 된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새로운 시대에 완벽히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문제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양성 의지도 버려서는 안 된다. 양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자세는 개방의 자세다.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 혹은 체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장하기 어렵다. 자기가 듣고 배워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고착된 관념을 과감히 깨뜨릴 수 있으며 계속 성장할 수 있다. 다음으로 듣는 자세다. 예수님께서도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으라고 수차례 말씀하셨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들을 귀가 필요하다. 타인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곱씹어보며 자신의 생각을 고쳐나갈 수 있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양성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동반자 정신이다. 인간은 늘 누군가와 함께 걷는 존재다. 타인을 함께 길을 걷는 동반자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양성은 함께 걷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함께 경험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세도 요구된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정말로 생각하는가? 나는 나의 생각을 갖고 있는가? 어디선가 보고 들은 남의 생각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양성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는 한순간에 저절로 체득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 타인과 대화를 통해 긴 시간 동안 서서히 무르익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율성이다. 스스로 신앙과 삶을 디자인(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앞의 나 자신이다. 스스로 하느님을 찾고 그분을 만나며 그분과 함께 삶을 계획해 가는 과정에서 인간 존재가 형성되는 것이 양성의 핵심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생활에서 신앙생활에 이르기까지 양성은 지속되었다. 내가 겪은 일, 만난 사람, 삶의 다양한 계기를 통해 나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에게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도록 지지해 준 사람들,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들?. 생각해보면 걸어온 길은 소중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는 지나온 삶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는가? 다양한 사건의 만남을 통해, 나의 생각과 의지, 자유로운 결단과 투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를 돌보시고 격려해주시며 용기를 북돋아 주신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는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처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길을 걷고 계심을 의식하는가? 양성이란 완전무결한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쯤 와 있는지 살펴보며, 계속해서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이다. 아직까지의 삶이 부족하거나 미흡하게 보여도 괜찮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다. 가던 길을 멈추고 살아온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앞으로의 나의 삶을 새롭게 기획할 수 있다. 한민택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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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04 오후 4:52:0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