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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지방교부금 삭감, 복지 현장의 절망(김인숙 모니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2024-0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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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번 정부 들어 정부의 일반 예비비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650억 원, 해외 순방에 532억 원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예비비는 국가의 비상금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예측 불가능하거나, 차년도 예산 편성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시급하거나, 이미 확보된 예산이 부족한 경우 사용해야 한다. 용산 이전과 해외 순방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혈세 농단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각 지자체에 주는 지방교부금 삭감으로 인해 복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혼란과 절망이었다. 지방교부금은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조정하기 위해 정부가 주는 재원으로서 지자체의 다수 사업이 교부금에 의존한다. 특히 가난한 지자체일수록 의존도는 더 높다. 교부금 삭감으로 인한 지자체의 혼란과 절망이 이러할진대, 어떻게 예비비가 이렇게 사용되었는지 한숨이 나왔다. 각 지자체는 삭감된 교부금으로 인해 그동안 해왔던 사업들을 줄이거나 없앴다.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사업의 향배가 결정됐다. 수원시나 부천시처럼 주민들에게 직접적 피해가 가는 복지사업 같은 분야는 손을 대지 않고 진행한 지자체도 있지만, 많은 지자체가 사업 자체를 없애거나 복지사업과 복지 인력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복지사업 중에서도 예산이 중앙정부와 매칭되거나 중앙정부 전액 지원인 사업의 경우, 예산의 상당 부분 혹은 전체가 삭감되었다. 복지 분야 중에서 지방교부금 삭감으로 인한 혼란과 절망이 가장 큰 영역은 여성복지와 청소년복지 분야다. 여성가족부는 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정책사업들이 무력화되는 개점휴업 상태다. 여성과 청소년 분야는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상당수가 중앙정부 지원사업이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청소년복지 분야의 경우 청소년 쉼터, 청소년 동아리 예산을 비롯해 시범사업을 끝내고 막 시작하려던 청소년한부모사업이 전부 혹은 대폭 삭감되었다. 여성 분야도 성주류화·성평등·성폭력·이주자·여성 노동상담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거나 사업 자체가 없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전국 21개의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의 전액 삭감이다. 전액 삭감의 명분은 효율성이었다고 한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여성 노동자의 차별 외에도 비정규직·취약노동자 문제, 직장 내 부당대우 등 고용에서의 차별을 다루는 지역 차원의 접근성 높은 지원 체계다. 이처럼 중앙정부의 교부금 삭감은 도움이 가장 절실한 소수자들에게 가장 먼저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삭감된 복지 분야의 사업들은 해당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을 지원하여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활력을 불어넣는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들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은 저임금에 고된 노동을 하고 있어 더 이상의 여력이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나아질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힘겹게 버티는 중이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고, 해외 순방에 엄청난 세금을 소비하고, 부자 감세를 감행한 결과는 고스란히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이 누려야 할 시민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슈화되지 못한 국민 삶의 많은 영역에서 소리 없는 한숨과 절망이 펴져 가고 있다.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물음이 절로 나오는 현실이다. 김인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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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04 오후 4:52:0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