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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교황의 속어 사용과 홍보망 | 2024-0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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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교황들 주변에는 비공식적이지만 실질적인 홍보망이 있다. 이 홍보망은 부분적으로는 교황청 공보실을 통해 구축되지만, 교황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팔려는 외부 논평가와 언론기관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황직 내내 폭넓은 우호적인 논평가와 분석가의 지원을 받았으며, 이들은 가능한 밝은 쪽으로 교황의 언행을 해석했다. 비교적 작고 조용했지만,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자신만의 홍보 지원 시스템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은 교황이 5월 20일 이탈리아 주교단과 만난 자리에서 동성애자들을 조잡한 속어로 표현했다는 기사에 대응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 교황의 미디어 근위병들은 교황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왜곡했고, 더 큰 분란을 일으켰다.
부연하자면, 5월 20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열린 이탈리아 주교회의 춘계 주교회의에서 연설했다. 시노드홀에는 대략 주교 230명과 성직자, 직원들이 있었다. 이날 자리는 공개되지 않았고, 교황청도 교황의 연설문을 배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기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교황의 발언은 어차피 새어 나갈 것이었다. 미디어에 정통한 교황 자신도 자신의 발언이 공개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날 연설 주제 중 하나는 동성애자들이 신학교에 입학하고 있는 문제였다. 곧 교황이 대화 도중 저속한 용어를 사용했다는 소문이 시작됐다. 교황이 “신학교에 ‘호모’(frociaggine)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은 처음 이탈리아의 가십 블로그 ‘다고스피아’에서 처음 나왔고, 이탈리아와 전 세계의 주류 매체들이 차례대로 보도했다.
많은 언론사들은 교황을 곤경에서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는 교황의 모국어가 아니며 자신이 한 말이 모욕적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기조로 기사를 작성했다. 한 예로, 이탈리아의 한 유력 신문은 그 자리에 참석한 익명의 주교들을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어에서 그 말이 갖는 무게와 공격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다른 언론사들도 “내가 누구라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동성애자들에게 우호적인 교황이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잘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황이 누굴 의도적으로 놀라게 하거나 공격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실수로 이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우선 세대차이가 있다. 교황은 올해 87세이며, 때때로 젊은 사람들이라면 쓰지 않는 용어를 사용한다. 또한 교황은 격의 없는 표현을 자주 한다. 몇몇은 그의 이런 개인적 성향을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런 속어를 사용하는 교황을 매력적으로 본다. ‘양 떼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이 이탈리아인 가정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집에서 이탈리아어를 써 본 적도 없다. 그리고 교황은 이탈리아어가 모국어인 것처럼 말한다. 만약 내가 이탈리아어를 하면 미국식 억양으로 금방 알아챌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호모’(frociaggine)라는 말의 뜻과 이 말을 남녀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25년 전 첫 이탈리아어 수업을 들었을 때, 선생이 동성애자였다. 어느 날 한 10대 소녀가 그에게 ‘호모’(frociaggine)라고 불렀을 때 교실에 있던 학생의 반쯤은 그 아이에게 입 닥치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점은 교황이 단순히 자신이 사용한 말의 뜻을 잘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교황이 순진하게 말을 했다고 믿으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상식과 깊은 현실 인식을 칭송하고 있는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를 참작하면, 이탈리아 주교단에게 한 교황의 발언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교황이 보기에 적어도 몇몇 신학교 생활 환경 중에 걱정스러운 ‘동성애적 생활방식’이 있고, 동성애 신학생 입학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라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동성애와 관련된 신학생 입학 요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아마도 교황은 여기에 고의적으로 노란불을 켜 경고를 주려는 것 같다. 속도를 늦추고 건강하지 않은 신학교 생활 요소를 무심코 조장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 해석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교황은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을 모른다’고 하는 주장만큼 믿을 만하다. 교황청 공보실의 해명은 없고 이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아마도 교황의 다음 인터뷰 때에나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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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04 오후 1:5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