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전경(사진=노틀담 생태영성의집)
[앵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생태 영성’을 강조합니다.
생태 영성을 직접 실천하며 살아가는 조경자 수녀를 이힘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수녀들이 뙤약볕을 등에 업고 김매기에 한창입니다.
소박하고 평화롭기 이를 데 없습니다.
강화도 불온면 산 끝자락,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을 찾은 노틀담 수도자들이 농사를 돕고 있습니다.
이곳에 생태영성의 집이 들어선 건 2010년.
텃밭 이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조경자 수녀는 15년째 동료 수녀 다섯 명과 함께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뽕잎을 따고 오디 열매를 얻으며, 닭을 기르는 일이 힘에 부칠 만도 하건만 재미와 보람이 더 쏠쓸하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호미로 숱하게 손가락을 찧었지만, 이제는 햇빛과 바람, 비와 흙 속에서도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깨닫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조경자 수녀 /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책임자>
“사람들이 저희를 보면서 ‘아 좋다’라고 하는 건 자연생태계와의 질서를 이렇게 회복해 가는 거구나. 나의 노고로써 이렇게 이들하고 친구 해가는 거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가는 것 같아요.”
최근엔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생태 에세이도 펴냈습니다.
‘고구마꽃이 피었다’는 책 제목에는 평소엔 볼 일이 없던 고구마꽃의 개화가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경고라는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은 생태 영성의 삶을 배울 수 있는 배움터입니다.
노틀담수녀회 전 세계 관구 수도자들도 해마다 이곳을 찾아 교육 피정에 참여합니다.
노틀담수녀회 여러 나라 관구에서 설립한 생태영성의 집 가운데 지금까지 농사를 짓는 곳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생태영성의 집답게 이곳에선 직접 기른 친환경 채소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설거지할 때도 세제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배출되는 음식 쓰레기는 전량 퇴비로 거듭납니다.
방학 때면 생태적 삶을 체험하려는 본당 주일학생들로 활기를 띱니다.
농부 수녀에게 힘들게 농사짓는 삶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조경자 수녀 /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책임자>
“지금 우리 예수님이 정말 지금 이 시대에 가장 가난하고 아픈 자리, 아픈 피조물들에게로 지금 같이 여기 오셔서 살고 계시기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할 때마다 조 수녀는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조경자 수녀 /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책임자>
“(이 시대를 어떻게 느끼느냐고 질문하니) 어두워요. 절망스러워요. 암담해요. 죽고 싶어요. 가톨릭학교에서요. 하나의 어른으로서 미래세대인 우리 친구들에게 미안합니다. 이런 마음이 진짜 많이 들었고…”
미안하다는 말 속엔 생태 위기에 대한 ‘회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CPBC 이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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