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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깃든 ‘ㅁ’자 형태 성전 복원 2024-05-29
대구대교구 내당본당이 36년 만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정신이 깃든 옛 성전을 복원하고, 6월 8일 성전 복원 봉헌식을 거행한다. 내당본당 제공

대구대교구 내당본당(주임 박장근 신부)이 36년 만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전례 정신이 깃든 옛 성전을 복원했다. 본당은 6월 8일 오전 10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성전 복원 봉헌식을 거행한다.

대구시 서구 달서구 33에 위치한 내당성당은 1966년 오스트리아 건축가 오토카 울(1931~2011) 교수가 설계했으며, 당시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 후원금을 받아 건축했다. 제대를 성전 정중앙에 배치해 신자들이 ‘ㅁ’자 형태로 둘러서서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평신도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권장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정신을 담은 것이다.
 
대구대교구 내당본당이 1988년 리모델링 공사하기 전 성전에서 미사 봉헌하는 모습. 내당본당 제공

울 교수는 당시 화려하고 전통적인 건축보다는 실용적이며 단순한 공간을 추구했다. 내당성당의 특징은 천장을 통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과, 성전 정중앙 아래 낮은 곳에 제대가 위치한 모습으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당 외부 형태는 가로세로 25m의 4층으로 구성돼 있다. 네 개의 모퉁이에 5x5m 크기의 큐브를 삭제해 위에서 내려다보면 십자가 세 개가 중첩된 피라미드 모양이다.

그러나 1988년 본당은 늘어난 신자들을 다 수용하지 못해 성전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신자들이 ‘ㅁ’자로 둘러서서 미사에 참여했던 방식에서 주례 사제와 신자가 마주보는 형태인 종축 정방향으로 바뀌었다. 본당 신자와 사목자들은 이후 다시 울 교수의 창의적인 건축 양식과 교회의 건축사적 가치를 되살리고자 성전 복원을 추진한 바 있지만, 여러 제약으로 포기해야 했다. 2021년 8월 박장근 신부가 15대 주임으로 부임한 후 성전복원 사업이 본격 진행됐다. 건축한 지 60년이 다 되어가는 성전의 노후화로 대대적인 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본당은 2022년 9월 본당 성전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 국내 문화재 전문회사 새한 TMC의 안전진단 및 사전검사를 거쳐 2023년 공사를 시작했다. 손술영(도밍고) 추진위원장은 “성전 복원공사는 일반 건축과는 절차와 과정이 달랐다”면서 “1988년 당시 리모델링 공사 자료가 없다보니 먼저 1966년 초기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양파껍질 벗겨내듯 바닥과 벽을 들어내는, 그야말로 발굴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위원장은 “성전 복원의 원칙과 방향은 설립 초기 모습을 회복하면서도 신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하는 것이었다”며 “당시 제단을 발굴해 보수하고, 성전문도 4방 8면 32짝으로 복구했다”고 밝혔다.

주임 박장근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해가 1965년이었는데 1966년 먼 나라 한국에 바티칸 공의회 전례 정신이 담긴 성전이 지어졌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성전 복원을 계기로 신자들과 함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아조르나멘토(현대화) 정신으로 지역 복음화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5-29 오전 9:52:18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