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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걸어가야 할 믿음의 길 2024-05-29


한 유행가 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안아줘요, 나를. 날 많이 사랑하나요? 당신의 품 안에선 나는 주연배우.”

각자의 삶이라는 무대에서는 누구나 주연배우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유독 신앙에서만큼은 주연이 아닌 조연 혹은 무명배우로 살아가는 것일까? 신앙에서 주인으로 살도록 양성이 되어 있지 않아서는 아닐까?

교회의 신앙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이 양성의 기본 원리라면 신자로서 살기 위해, 교회 공동체에 녹아들기 위해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것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신앙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인생살이가 그렇지만, 신앙도 스스로 찾지 않으면 결코 자기 것이 될 수 없다. 걸음마 단계에선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곁에서 여러 가지를 챙겨주지만, 성인이 되어 스스로 자기 길을 걸어야 할 때는 어느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다. 스스로 걸어야 한다.

그리스도 신앙의 가장 큰 특징은 하느님 부르심에 대한 자발적이며 자유로운 응답이라는 점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백성’으로 불러주시지만, 동시에 우리 ‘각자’에게 말씀하시며, 당신 자녀로서 살아갈 성덕의 길을 스스로 걷도록 결단을 요구하신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모든 사람을 향하지만, 각자의 응답은 개별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부르심을 알아듣는 것뿐 아니라 결단을 내리고 응답하는 것은 모두 각자의 몫이다.

그런데 그것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긴 시간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사제 성소를 예로 들어보자. 사제가 되려는 열망을 갖고 신학교에 들어온 신학생에게는 그 열망이 진정한 것인지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님이나 본당 신부님의 영향만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혹은 정화되지 못한 다양한 동기들도 자리한다. 그 모든 것을 헤치고 사제직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아들어야 하며, 그 부르심에 구체적인 삶으로 응답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는 정말로 사제로 살기를 바라는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체험하였나? 그 안에서 갖게 된 사제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나는 그러한 사제상을 어떠한 구체적인 사목활동을 통해 살고자 계획하는가? 사제 지망자는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사제직을 향한 자신의 열망을 공적으로 검증받게 된다.

이는 모든 신앙인에게 해당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자녀로, 교회의 일원으로, 거룩한 삶으로 불러주신다. 그 거룩한 삶으로의 부르심은 내가 살아온 삶의 여정에 아로새겨져 있고 교회 공동체의 삶, 각자의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을 통해 울려 퍼진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하루 종일을 성당에서 보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상의 삶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곧 삶의 모든 것을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으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앙은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을 바라보고 이웃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경제활동을 하고 여가활동을 하며 이웃과 관계를 맺는 방식, 병과 고통 및 삶과 죽음 등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방식, 윤리적 삶과 정치적 삶을 사는 방식 등 삶의 모든 차원을 관통한다.

이러한 삶을 나는 정말로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알아듣고, 그러한 삶을 통해 나 자신을 실현하기를 열망하며 그렇게 살겠다고 응답하며 살고 있는가? 이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것이다.





한민택 신부
[가톨릭평화신문 2024-05-29 오전 8:12:0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