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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많은 사람을 위해 흘리는 계약의 피 | 2024-0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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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중에 온 인류를 위하여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 주시는 사랑의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마르코 복음은 유일하게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25절)라는 예수님의 유언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신적 생명을 지니고 계신 분이시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본성(natura) 안에 이미 포도주가 상징하는 친교와 잔치의 충만하고 풍요로운 생명력이 분출(processio)하고 있음을 계시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또 영원히 같은 분”(히브 13,8)이시기에, 또한 예수님께서 당신의 인성(人性)으로 즉 당신의 육신으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셨기에 최후의 만찬 중에 하신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라는 말씀도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야훼는 구원이시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예수님의 이름이 중국 성경에서는 ‘야소’(耶?)입니다. 한문의 문외한인 제가 읽더라도 ‘야’(耶)는 무릎을 꿇고 절하며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며, ‘소’(?)는 물고기(魚)와 밥(禾)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온 존재와 본질, 그분의 전 생애가 온전히 하느님 아버지께 당신을 다 바치시고 온 인류에게 생명의 양식으로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성체요 성혈이심을 알려 주시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모두 잘 아는 ‘장발장’ 이야기는 빅토르 위고의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에 나옵니다. 장발장은 청년 시절 7남매를 홀로 키우는 누님을 도와주며 살다가, 배고파 우는 조카들을 위하여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복역하며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입고 흉포하게 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개과천선하여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푸는 시장이 되고 자기 자신을 끝까지 죄인으로 처벌하려는 냉혹한 자베르 경감에게 자비를 베풀어 살려주기까지 하였을까요? 이는 이 책의 맨 앞부분에 나오는 미리엘 주교가 막 출옥한 장발장을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은식기와 은촛대를 켜놓고 저녁 식사를 베풀어 주었는데 장발장이 이것들을 훔쳐 달아나다가 헌병들에게 붙잡혔을 때 “은수저를 내가 장발장에게 주었다?. 은촛대까지도 다 주었는데 왜 안 가져갔소!”라고 환대한 데에서 비롯합니다! 이 저녁 식사와 은촛대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담고 있지 않을까요? “장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하는 사람이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영벌의 정신에서 끌어내 천주께 바친 거요.” 이 호소는 지금도 매일의 성찬례 안에서 울려 퍼지는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4)라는 말씀의 신비를 깨닫고 살아가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구요비 욥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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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29 오전 8:12:09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