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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함께하는 것이 주는 위로 | 2024-0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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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 가족들을 위한 8주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모임 때마다 그 시간과 공간이 안전해지도록 나눔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함께 기억한다. 정직하게 자신을 만나고, 솔직하게 나누고,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하지 않기로. 서로 충고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눈물이 날 때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슬픔을 표현하기로. 나눈 것들에 대해 비밀을 지키기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안전한 공간은 참 중요하다. 사별 상실 후에 따라오는 감정들은 다양하다. 눈물로 표현되는 슬픔 안에 분노·죄책감·무력감·좌절 등 갖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다. 그 감정들은 인생 전체와 관련되어 있기 마련이다. 사별 상실은 마치 지진이나 태풍처럼 사별자의 온 존재를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사별 가족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다. 교회 안팎의 여느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이 모임에 참석하는 이들도 대부분 여성이다. 간간이 함께하는 남성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한동안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런 채로 끝나지는 않는다. 같은 경험을 나누면서 공감하게 된 남성들끼리의 위로는 서로에게 더 큰 힘이 된다. 약해져도 되고, 울어도 된다.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는 아빠요 남편들에게 사별자들의 모임은 그 권리를 누리도록 허용한다. 억울한 일도, 아프게 견디어 온 힘들었던 시간도, 누르고 숨기며 살아온 감정들도 모두 안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함께 만들어간다. 8주간의 프로그램이 완전한 치유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애도의 과정을 완성하는 것도 아니다. 모임이 끝나도 여전히 슬프고 아프고 해결할 일이 남아 있다. 그래서 사별자들은 프로그램 후에 이어지는 자조 모임을 통해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좋은 일이 생길 때 함께 기뻐하고, 힘든 일이 생길 때 기도를 부탁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받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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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29 오전 7:52:0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