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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삼위일체 교리와 신앙생활 | 2024-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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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은 ‘주님의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이다. 교회는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주일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로 지낸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초기 교회부터 이어져 왔다. 1334년 교황 요한 22세에 의해 공식적으로 교회 전례력에 들어왔고, 1910년 교황 성 비오 10세에 의해 대축일로 선포됐다. 삼위일체 교리와 이를 따르는 신앙인의 삶에 대해 살펴본다.
신앙생활을 하며 가장 이해가 어려운 신비 중 하나가 삼위일체의 신비다. ‘세 분인데 한 분’이라는 말은 모순으로 보이지만 그 자체가 신비의 영역에 속한다. 현대교회는 신앙인들이 삼위일체 교리를 인간 삶과 유리된 형이상학적인 사변이나 초월적 신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오히려 사랑 자체이며, 넘치는 사랑을 주체할 수 없어 인간 구원의 역사를 펼치신 하느님의 구세경륜을 표현하는 가르침으로 알아듣고, 사랑의 친교에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하느님은 세 ‘위격’으로 존재하신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53항은 ‘삼위는 한 하느님이시다. 세 신들이 아니라, 세 위격이신 한 분 하느님, 곧 ‘한 본체의 삼위’에 대한 신앙을 우리는 고백한다’라고 삼위일체에 대해 설명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각각 다른 세 하느님이 아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은 세 ‘위격’으로 존재하는데, 이 위격들은 신성을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완전한 하느님이시다. 삼위는 서로 동일하고, 동일하게 영원하고 전능하다.
일반적으로 성부, 성자, 성령의 각 위격적 존재는 서로 다른 역할과 활동을 통해 창조와 구원의 역사를 이루신다. 성부는 만물을 창조하셨고, 성자는 성부로부터 파견돼 계시와 구원 활동을 하시며, 성령은 우리 곁에 함께하시어 우리를 거룩하게 하고 하느님 나라로 이끄신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54항은 ‘성부께서는 낳으시는 분이시고 성자께서는 나시는 분이시며, 성령께서는 발하시는 분이시다’라고 전한다.
세 위격이신 한 분 하느님은 한 마디로 사랑이시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영원으로부터 “자유로이 당신 복된 생명의 영광을 나누어 주고자”(「가톨릭교회 교리서」 257항)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구원 계획은 삼위일체의 사랑으로부터 직접 나온 것이고, “창조의 업적과, 인류의 범죄 이래 구원의 역사 전체와 교회의 사명으로 이어지는 성자와 성령의 파견 안에 전개된다.”
이러한 하느님의 모든 계획은 ‘하느님 세 위격의 공동 작업’(「가톨릭교회 교리서」 258항)이며 그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사람이 복되신 삼위일체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게 하는 것”(「가톨릭교회 교리서」 260항)이다.
삼위일체 교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부정하려는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신학적 성찰을 통해 믿을 교리로 확립, 선포됐다. 신학은 삼위일체에 대해, 영원으로부터 존재하는 하느님의 내적 본질을 지칭하는 ‘내재적 삼위일체’, 인간 역사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는 하느님의 실재를 지칭하는 ‘구세경륜적 삼위일체’로 나눠 설명한다.
내재적 삼위일체는 하느님께서 어떻게 존재하시는지에 대해 사변적으로 고찰하는 전통적인 삼위일체론이다. 한편 구세경륜적 삼위일체는 구체적으로 하느님이 인류와 세상을 사랑으로 구원하시는 행업을 삼위일체의 본질로 파악한다. 구세경륜적 삼위일체는 내재적 삼위일체와 별개가 아니라, 오히려 내재적 삼위일체의 계시다.
■ 성경 속 삼위일체
삼위일체라는 단어가 성경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지만,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업적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공동 활동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성경에 드러난다.
구약은 유일하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강조하지만, 하느님께 서로 구별되는 위격들이 있음을 암시하거나 그 계시를 준비하는 구절을 포함하고 있다. 창세기(1,26)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우리’라는 복수로 표현했다. 다른 여러 곳에서는 말씀, 영, 지혜라는 이름으로 하느님을 지칭하기도 한다.
신약은 삼위일체의 신비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낸다. 예수 탄생 예고는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루카 1,35)라며 삼위의 신비를 표현한다. 예수 세례 장면도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라고 서술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수난 전 제자들에게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요한 15,26)라고 했고, 부활 후에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마태 28,19)라고 당부했다.
■ “성부와 성자, 상호 간의 사랑이 바로 성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라고 하며 우리를 성삼위의 완전한 사랑의 일치에 초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21년 5월 30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삼종기도에서 삼위일체의 신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성부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성자 하느님도 사랑이시고, 성령 하느님도 사랑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사랑이신 한, 비록 유일하고 한 분이시지만, 고독하신 분이 아니라, 성부, 성자, 성령 간에 친교를 이루십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그 자체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무한하고 독창적인 현실 안에서 성부께서 성자를 낳으시며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고, 성자께서도 성부께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며, 그분들 상호 간의 사랑이 바로 성령입니다. 성령께서는 그분들 간 일치의 유대이십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우리 모두 이 신비를 살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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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24 오후 1:52:07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