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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와 관련한 교회의 가르침 (13) 2024-05-2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양떼의 목자」 (Pastores Gregis, 2003년 10월 16일) 

바오로 사도께서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든 피조물이 토해내는 신음’을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


이같은 모든 피조물의 탄식과 신음, 아픔의 원인에 대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양떼의 목자」(Pastores Gregis)에서 ‘생명 존중의 결여’를 말하고 계십니다.(70항 참조) 단순히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가 교란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존엄성보다 경제적 가치가 우선되는 상황에서, 인간도 존중받지 못하는데 피조물이 존중받을 자리가 사라지고 있음을 언급하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환경의 오염이나 파괴는 때때로 순전히 인간 경시에 이르고 마는 비자연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세계관의 귀결”이라고  말씀하 십니다.(70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봉사’를 언급하십니다. “하늘과 땅을 만드신 하느님 아버지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서로 ‘봉사’하는 관계입니다. 인간은 창조주의 관리자로서 피조물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70항)

하느님은 나를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길 수 없으십니다.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볼펜을 던진다고 마음먹으면 하느님은 그것을 막지 못하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맘대로 삽니다. 인간의 속성인 자유의지의 남용으로 세상과 자연은 평화를 빼앗긴 채 신음하게 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그런 우리의 죄 앞에서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매달리실 뿐입니다. 동시에 우리 때문에 모든 피조물 또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 성령의 조명을 받아 하느님의 영역인 무한대의 차원으로 들어가면, 하느님이 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느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한대의 영역에서 오는 무한한 은총을 느끼면, 그 은총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힘으로 나는 세상 모든 피조물과 함께 상생과 평화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부족한 나와 함께하기 위해 창조주가 허리를 굽혀 직접 다가오십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의 기쁨’입니다. 이 기쁨을 체험하는 사람은 세상 모든 피조물과 그 기쁨을 나누게 됩니다. 만약 피조물이 기뻐하지 못한다면 그 기쁨을 회복시키기 위해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봉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5-24 오전 9:12:0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