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박해 때 신분과 국적을 초월해 우정을 꽃피운 박상근(마티아) 복자와 칼레(Calais, 안동교구 명칭 ‘깔래’) 신부 후손이 만난다. 1866년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진 경북 문경 땅에서 158년 만에 이뤄지는 상봉이다. 이를 위해 칼레 신부의 고향인 프랑스 시골 마을 크리옹(Crion)에서 후손 5명이 한국을 찾는다. 칼레 신부 형(도미니크 칼레)의 증손주 등이다.
후손들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인 29일 안동교구 마원성지에서 미사를 함께 봉헌한다. 성지 담당 정도영 신부가 주례한다. 마원성지는 안동교구의 유일한 복자인 박상근 묘가 자리한 곳이다. 그와 칼레 신부의 동상도 설치돼 있다. 후손들은 한실성지도 방문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한실교우촌이 있던 터로 알려진 장소다. 이튿날인 30일은 ‘우정의 길'을 함께 걸으며 박상근과 칼레 신부의 동행을 체험한다. 우정의 길은 두 사람이 함께 피신하다 이별한 백화산(해발 1064m)에 안동교구가 조성한 순례길이다.
한국을 처음 찾는 칼레 신부의 후손들은 이에 앞서서는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와 전 교구장이자 같은 프랑스 출신인 두봉 주교를 예방한다. 이후에는 안동교구 역사관을 관람하고, 하회마을과 도산서원·경주 등 주변 명소도 탐방할 예정이다.
이들은 칼레 신부가 조선에서 사목할 때 프랑스 본가로 보낸 서한 70통 중 2통을 선물로 지참할 예정이다. 서한은 교구 역사관에 마련된 칼레 신부 전시관에 비치될 계획이다. 칼레 신부가 쓴 서한에는 1860년대 표현이 한글로 적혀 있어 교회사적 가치도 크다. ‘찬미 여수’(찬미 예수)와 ‘하날의 계신 우리의 아비신’(하늘에 계신 우리 아비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천주경(주님의 기도) 도입부) 등이다. 그는 또 ‘강화’와 ‘황해도’와 같은 지명과 당시 무속인 ‘무당’도 편지에 썼는데, 오늘날에는 안 쓰는 ‘아래 아’로 표기했다.
이번 만남이 성사된 계기에는 cpbc가톨릭평화방송과 안동교구의 협업이 있다. 칼레 신부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고향을 방문, 후손들을 만나 한국으로 초청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 교회와의 뜻깊은 만남 후 6월 초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