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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을 걸으며 | 2024-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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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오전 11시 대림역 6번 출구. ‘다양성의 큰 숲, 대림(大林)동을 걷다’라는 일회성 모임에 열 명이 모였다. 석박사 과정의 연구자와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여럿이었고 재미교포와 중국계 미국인도 있었다. 중국 선양과 옌벤 출신의 재중동포 유학생 두 사람이 안내와 해설을 맡았다. 서울 영등포구의 제일 남쪽에 있는 대림동은 공원과 녹지가 가장 적은 동네다. 1990년대까지 500명이 채 되지 않던 중국인 주민 수가 이제 1만1000명이 넘는다. 전국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 된 이곳은 주말 유동 인구가 8만 명에 이른다. 대림동 길에는 환전소와 비자 업무를 대행하는 여행사가 많이 보인다.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대림중앙시장으로 들어가면 중국말이 주로 들리고 중국식 식재료에 중국 향기가 물씬 풍긴다. 프랜차이즈 상점이 거의 없고 개성있는 가게들이라 구경거리가 많다. 대림동은 언제부턴가 범죄의 온상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씌어졌다. 영화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의 배경이 대림동이었다. ‘청년경찰’에서는 조선족 조직폭력배가 젊은 여성들을 납치하여 난자를 적출해 매매하고,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피해자들은 장기매매 조직에 팔아넘기는 악행을 저지른다. 대림동이 ‘경찰도 피하는 무법지대’라는 대사도 나온다. 대림동 주민과 이주민 단체는 “인종차별적 혐오표현물인 영화 ‘청년경찰’ 상영으로 인격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의 침해를 입었다”며 제작사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패했지만 항소심에서 화해 권고 결정이 나왔다. 결국 제작사가 공식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대림2동에 있는 대동초등학교는 이주 배경의 학생들이 90%가 넘는다. 중국인 학생이 많아지면서 한국인 부모들이 자녀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고 또 입학도 꺼린다. 작년 신입생은 모두 중국인이었다. 인구 절벽 시대에 ‘이민청’ 설립이 발의되었지만 이름부터 출입국·이민관리청이다. 이주민을 ‘관리’의 대상으로, 나쁘게는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법무부의 시선이 깔려 있다. 언제까지 조국(할아버지의 나라)에 오는 재중동포들을 노동력으로만 보고 그 자녀들이 2등 시민으로 자라도록 방치할 것인가? 그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한국어 수업과 한국 사회 이해 교육 등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스며든 중국인 혐오와 조선족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실 다문화 이해 교육은 선주민인 한국인들에게 더 긴급히 필요하다. 대림2동과 대림3동을 걸은 우리는 숨은 맛집의 원형 식탁에 둘러앉았다. 가운데 유리 원반에 음식을 올려두고 돌리면서 덜어 먹는 것이 처음인 사람도 있었다. 먹어보지 못했던 맛있는 중국 음식을 먹으면서 대림동이 친근해졌다. 글 _ 신한열 프란치스코 수사(떼제공동체 수사·공익단체 이음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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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22 오전 10:12:1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