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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님 성상, 피에트라산타에서 조각하다 2024-05-22

43년 전인 1981년,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대학을 다니며 피에트라산타에서 십여 년간 작업을 했었다. 바로 이곳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할 김대건 신부님 성상을 제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준비시킨 것이라 생각된다.


성스러운(Santa) 돌(Pietra)이라는 뜻을 가진 피에트라산타는 이탈리아 중부 베르실리아(카라라와 피에트라산타 일대를 지칭하는 고장 이름) 지방이며, 로마에서 북쪽으로 400여 km 떨어져 있는 산과 바다(지중해) 사이에 위치한 인구 2만5000여 명이 거주하는 아름다운 조각의 도시다.


작은 도시지만 26개의 갤러리와 예술 공간이 있고 장인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대리석 작업장이 18곳, 또한 5개의 브론즈 공장이 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인 조각가들의 개인 스튜디오가 셀 수 없이 많이 있는 곳이다.


그리하여 피에트라산타는 이탈리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예술 갤러리가 집중된 역사적인 도시가 되어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국제예술도시에 걸맞게 이곳에서 작업을 했거나 전시했던 세계 유명 조각가들의 모형을 한곳에 모아놓은 모형박물관이 있다. 도로를 따라 건설된 로타리에는 크고 작은 조각 작품이 있고 도시 곳곳에 대리석 브론즈 작품들이 설치돼 있어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야외 조각공원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토라이(Mitorai)와 보테로(Botero)의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가 있기 때문에 밀라노와 베네치아, 피렌체에 있는 유명 갤러리들이 이곳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1995년 칸 야수다(Kan Yashuda)의 작품 전시가 피에트라산타의 중심에 있는 두오모 광장(Piaza dei duomo)과 산타고스티노 성당(Sant''Agostino)에서 열린 이후로 두오모 광장은 야외전시장이 되었고 산타고스티노 성당도 박물관으로 재탄생됐다. 광장에서 열리는 전시는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이어지는데 이 전시를 관람하러 전 세계에서 약 4만 명 정도가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피에트라산타는 돌이나 브론즈, 테라코타 등 어느 재료를 선택하더라도 조각을 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다. 이곳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춰진 곳으로 바다 쪽에는 하얀 백사장이 수십 km가량 이어져 있다. 산 쪽에는 올리브나 포도나무로 덮여있는 푸른 산들과 계곡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아름다운 돌산에는 옛날부터 건축가와 조각가들의 재료인 하얀색 대리석과 여러 가지 다양한 색의 대리석들이 풍부하게 자리하고 있다. 16세기에 미켈란젤로도 그의 작품 제작을 위한 양질의 대리석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와서 수개월을 기다렸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곳은 좋은 음식으로 유명하다. 피에트라산타에 있는 크고 작은 레스토랑들은 예약이 필수일 만큼 인기가 좋다. 두오모 광장에는 4개의 유명한 바가 있는데 이곳에서 즐기는 와인 한잔은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피에트라산타가 근처의 다른 도시들보다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는 작은 예술 도시가 두오모 광장을 중심으로 걸어서 모든 곳을 체험할 수 있고 예술가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피에트라산타는 최고의 대리석뿐만 아니라 예술을 느낄 수 있는 매우 활기찬 도시로서 예술가들의 최종 목적지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이 탄생됐다.



글 _ 한진섭 요셉(조각가)


 

[가톨릭신문 2024-05-22 오전 10:12:1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