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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신심의 궁극적 목적은 ‘하느님 뜻’에 일치하는 것 | 2024-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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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공적 신심 가운데 하나인 성모 신심은 초대 교회 때부터 시작될 만큼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 대한 오래된 교회의 공경과 그 표현이다. 한국교회에서도 성모 신심은 다른 어느 신심보다도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미 교회 창설기에 형성돼 박해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심 생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순교 영성이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성모 신심의 의미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이미 2세기부터 시작됐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활동 무대였던 로마의 카타콤바에 200년경 그려진 성모 마리아 그림이 남아있는데, 이런 모습에서 당시 성모 공경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4~5세기경 동방교회에서는 마리아의 축일이 제정돼 전례적 공경이 이뤄졌고 ‘천주의 모친’을 공적 신앙으로 선포한 431년 에페소 공의회의 결정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이 본격적으로 널리 보급되는 계기가 됐다.
보편교회가 함께 거행하는 축일, 일부 지방 또는 교구 내지 수도 단체에서만 거행하는 축일 등 여러 성모 축일이 있으나 공식적인 교회의 신심은 주로 미사 전례와 성무일도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성모 신심은 마리아가 성자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하느님 구원 신비에 특별하고 탁월하게 참여함으로써 하느님과 결합함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다. 그러나 성자가 성부와 성령과 함께 받는 흠숭(adratio)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근본적으로는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일체인 하느님을 지향하는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에서 마리아의 구세사적 위치를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 안에서, 인간적이면서도 신학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하고 재확인했으며, 마리아는 결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임을 명시했다. 이를 비롯해 현대 교황들의 가르침을 살펴보면, 마리아 공경이 성서적·사목적 및 교회 일치의 관점에서 정립되고 신심 행위에 있어 개인 선택에 많은 융통성을 가질 수 있지만 성모 신심은 전례적이며 전통적이어야 함이 명시된다.
그릇된 신심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위원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가 펴낸 「올바른 성모 신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마리아 공경을 거부하는 프로테스탄트의 ‘반마리아주의’와 성모 마리아를 마치 하느님보다 더 자비하고 능력이 있는 여신처럼 간주하려는 ‘마리아 숭배''가 문제 되고 있다. 또 교회가 승인하지도 않은 사적 계시를 받았다고 선전하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혼선을 가져오는 사례가 있다.
‘상주의 사적 계시를 중심으로 한 성모 신심’, ‘나주의 기적이나 사적 계시를 성역화하는 성모 신심’, ‘베이사이드의 성모 신심’ 등은 대표적인 빗나간 성모 신심들이다. 이외에도 ‘가계(家系) 치유를 위한 기도’ 모임 등 유사 영성에 기초한 신심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기도 모임은 그릇된 성모 공경 모임들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지난 2022년 2월 청주교구에서 교구장 명의 공문을 통해 잘못된 신심 행위를 조장하는 단체 및 기도 모임 활동에 대한 주의가 당부됐다. 이 단체가 공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성모 신심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나온 것이었다. 교구는 교회가 인정하지 않은 성모 발현과 그 메시지를 따르는 이 단체가 올바른 성모 신심에서 벗어나 있고 한국교회가 인준하지 않은 단체임을 파악하고 활동과 모임을 불허했다.
「올바른 성모 신심」에서는 “이런 모임의 피해 사례 조사에 따르면 치유를 빙자한 헌금 강요는 물론 건전한 신앙과 영성 생활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이같은 피해는 많은 신자들이 가시적 은총, 체험 등에 현혹된 까닭”이라고 진단한다.
올바른 신심
결론적으로 성모 신심은 모든 성인 성녀 위에 높임을 받아야 할 특별한 것이지만 성삼위께서 받으시는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성모 신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지향할 때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스테파노) 신부는 「양승국 신부의 성모님 이야기」를 통해 신앙인들이 올바른 성모 신심을 실천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성모 신심이란 ▲성모님이 지닌 존엄성이 그분의 구원사적 위치와 직능에서 나옴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 ▲성모님의 모성적이고 모후적인 전구를 청하며 기원하는 것 ▲성모님께 우리 자신을 바치는 봉헌과 성모님의 덕행을 본받는 모방’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양 신부는 “교회 가르침에 근거할 때 모든 신심은 본질상 성경과 전통에 근거하고 전례와 결부돼야 한다”며 “신앙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모든 신심이나 경솔한 태도나 감상에 이끌림과 신기한 것에 대한 지나친 탐구나 수용하기 힘든 전설적 요소들은 배제할 것이 강조된다”고 밝혔다. 성모 신심의 궁극적 목적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모든 그리스도인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며 하느님 뜻에 일치하도록 이끄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성모 공경에 대해 “거짓 과장이나 협소한 마음을 삼가도록 권고하면서 전통적인 성모 신심과 관습을 중시하며 적극적으로 전례적 공경을 드리도록” 역설한다. “진정한 신심은 쓸모없고 일시적인 감정이나 허황한 맹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참된 신앙에서 나온다는 것을 신자들은 명심하여야 한다. 참된 신앙으로 우리는 천주 성모의 탁월함을 인정할 수 있고, 또 우리 어머니에 대한 자녀다운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그분의 덕행을 본받을 수 있다.”(「교회헌장」 67항)
교회에서 널리 행해지고 보급된 신심들로는 ‘묵주기도’와 ‘스카풀라’(scapulare), ‘기적의 메달’, ‘성모 칠고의 로사리오’,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 등이 있다. 묵주기도는 마리아 신심을 가장 잘 나타내는 기도다. 교회는 루르드, 파티마, 보랭의 성모 발현에서 묵주기도가 특별히 권장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스카풀라와 기적의 메달은 준성사에 속한다.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은 파티마의 성모 발현으로 널리 전파됐다. ‘레지오 마리애’와 ‘성모회’, ‘성모 성심회’ 등은 대표적으로 널리 보급된 성모 신심 관련 조직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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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22 오전 9:52:1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