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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 든 89세 “내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 2024-05-22

 

한국 제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잔느·89) 작가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열리는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본전시에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김윤신 작가는 90세를 바라보는 나이를 무색하게 전기톱을 비롯한 무거운 작업 도구를 들고 열정을 불태우고 있으며, 지난 4월 20일 시작한 제60회 베네치아비안날레 국제미술전 본선에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연작에 속하는 나무 조각 4점과 돌 조각 4점을 선보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제작한 출품작 가운데 나무 조각은 소나무나 호두나무 같은 원목을, 돌조각은 오닉스와 재스퍼 같은 준보석(準寶石)을 재료로 하고 있다.

 

 

원목과 준보석을 조각하는 과정이 서로 다름에도 재료의 속살과 표면의 시각적인 대조와 조화가 이번 출품작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강인하면서 예리한 작가적 접근이 돋보이는 김 작가의 출품작들은 새로운 소재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개발해 온 과정을 선명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작가는 이번 국제미술전 본전시 참가에 대해 “하마터면 놓칠 뻔한 기회였음에도 나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준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아드리아노 페드로사 예술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1974년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열린 비엔날레 이후 오로지 작업에만 매진해 왔는데 무려 50년이 지나 이런 크고 중요한 전시에 초대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을 내게 큰 행운이 깃든 해로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세상에 응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60여 년 동안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가 지닌 본래의 속성을 온전히 강조해 온 김 작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작품들을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는 제목으로 일관되게 이름 붙이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뜻을 지닌다.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조각 재료에 자신의 정신을 더하고 공간을 나누어 가며 온전한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조각 과정이기도 하다.

 

 

1935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나무와 돌 조각은 물론 석판화와 회화를 아우르며 고유한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1959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6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공부했다. 1969년 귀국한 뒤 1974년에는 한국여류조각가회 설립을 주도했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뒤로는 주로 남미를 무대로 작품활동을 해 왔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1895년 첫선을 보인 이후 격년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 권위의 전시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5-22 오전 9:12:1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