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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빨리 뜨거워지면 빨리 식는다 | 2024-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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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하러 남아메리카에 가 있을 때이다. 브라질에서 선교 사제들 모임이 있었다. 상파울루 외곽에 오래된 한인 신자가 운영하는 콘도 같은 곳에 갔는데, 숙소 중에는 아궁이에 땔감을 태워 방을 달구는 온돌방이 있었다. 신부들이 모두 자기 방을 정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자 각자의 방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열심히 불을 피웠지만 방은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나무를 하나, 또 하나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에 난리가 났다. 하나같이 등짝을 방바닥에 붙이고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돌이 데워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뜨거워지면 그 열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데워지는 시간만큼이나 식는 시간도 길었던 것이다. 그날 밤, 신부들이 차가운 바닥을 찾아다니며 새벽 내내 잠을 못 잤던 것은 참으로 ‘웃픈’ 일이었다. ‘금사빠’라는 말이 있다. ‘금방 사랑에 빠진다’의 줄임말이다. 사람이든, 어떠한 물건이든 금방 좋아하고 빠져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늘 의심이 많고, 경계심이 많은 나에게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말이지만, 또 생각해 보면 완전히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 나의 성소를 찾게 된 것도 내가 조심성이 몹시 부족한 ‘금사빠’였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머니, 여 여사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쉽게 끓어오르면 쉽게 식는다”라고. “철이 빨리 달아오르고, 물보다 뜨겁게 온도가 올라가지만 금방 식어버린다. 물은 천천히 끓지만 그 따뜻함은 오래간다”는 것이 여사님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늘 천천히 뜨거워지는 사람이 되고, 그런 관계를 갖도록 하라고 충고하셨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눈 깜짝하면 변하는 세상이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만나게 된다. 그러니 짧은 만남에 많은 것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진득하게 인내심을 갖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낸 사람이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한 장면이 있다. 예수님은 그를 허락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려보내 그곳에서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자비를 선포하라고 하신다. 왜일까? 그가 기적으로만 알게 된 예수님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베풀어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길 바라신 것이 아닐까? 순간의 기적 같은 짜릿함, 순간의 감동으로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끊임없이 불타오르고 달아오르는 사랑으로 주님께 응답하길 바라시는 것 같다. 당장 눈앞의 기적이 아니라, 매일의 말씀과 미사에서 주님을 보고 그분께 응답하는 삶이 참으로 복되고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듯이 말이다. 글 _ 문석훈 베드로 신부(수원교구 비서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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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22 오전 8:32:09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