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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에게 ‘반찬 나눔’으로 희망 전해준 30년 | 2024-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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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서 반장으로 봉사하던 때였어요. 성사표를 나눠주러 갔는데,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국수를 설탕에 비벼드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 그때부터였어요. 제가 반찬 나눔을 시작한 게?.” 두 아들이 어렸던 30대의 김경란(아가타, 63, 서울 자양동본당)씨가 반찬 나눔을 하게 된 계기다. 거부할 수 없는 신비 “제 반찬이 필요한 누군가가 제 삶에 계속 찾아와요. 하느님 신비예요. 봉사를 관두고 싶다고 신부님께 면담한 적도 있었죠. 신부님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란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어느 순간 또 반찬을 만들고 있고, 반찬을 통에 담으며 ‘이건 누구를 주지?’ 하고 있는 거죠.” 꼬박 30년. 주부인 김씨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반찬을 손수 해다 나른 세월이다. 삶의 나락에서 허우적대는 극한 고통에 처한 이들의 밥에 반찬을 올려줬다. 이를테면 치매를 앓는 노모와 아내 없이 홀로 어린 두 아들을 돌보는 장애인 아버지, 부모의 가정폭력을 피해 평생 떠돌며 살다가 암에 걸린 청년 등?. 삶에서 재난을 당해 다시 일어설 희망조차 찾기 힘든 이들의 끼니를 책임져왔다. 그 수를 헤아려보면 300명이 훌쩍 넘는다. 대부분 기초생활보장수급자다. 마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존재하는 무료 반찬가게 사장님 같다. “2010년이었어요. 엄마가 5살 된 두 아들을 두고 가출했고, 지체장애가 있는 남편이 대소변을 못 가리는 어머니를 같이 모시고 있더라고요. 두 아들이 아빠한테 과자를 사달라고 조르는데 얼마나 가엽던지, 제 사비를 털어주고 왔어요. 20년 넘게 계속 제가 반찬을 해주고 있어요. 반찬을 가져다주면서 빨래와 청소도 해주고 오고요.” 김씨는 3대째 이어온 무속 신앙을 거부하고 30년 전 세례를 받았다. 무속 신앙을 거부하면서 몸이 매우 아팠다. 그는 세례받을 당시 “하느님 자녀로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기도했다. 어머니가 물려준 손맛 본당에서 10여 년간 반장으로 봉사했고, 지금까지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원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 그는 요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어머니 손맛을 물려받았다. 그가 한 달에 반찬 후원을 위해 쓰는 음식재료 값은 20~30만 원. 매주 반찬을 가져다주는 가정은 평균 5~10곳에 이른다. 그는 “누군가에게 많이 주기만 하고 산 것 같지만 예수님께서 그만큼 다시 채워주신다”고 했다. 그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살아갈 힘을 얻는 것보다 큰 기쁨은 없다. 그는 4년 전, 홀로 간경화 투병 중인 박기현씨를 소개받았다. “지난해 이맘때였어요. 기현이가 전화해 ‘누나, 살려줘요!’하는 거예요. 집으로 갔는데 거실에 피를 한 대야만큼 쏟고 쓰러져 있는 거죠. 119 구급대를 불러 중환자실에 갔는데 한 달 동안 혼수 상태로 있다가 깨어났어요. 제가 그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김씨는 남편과 가족이 없는 기현씨를 아들처럼 돌봤다. 중환자실 입원비는 8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그런데 그때 김씨의 반찬 선물을 받는 이들이 모금함을 만들어 돈을 보태줬다. 사랑을 되갚아준 이들이 고마워 또 그는 김치를 담가 선물했다. “저는 반찬 할 때 기도해요. 맛이 없으면 안 되니까 예수님이 맛있게 변화시켜 달라고요. 이 반찬을 먹고 기운을 차려서 살 힘을 얻어야죠. 건강하고 행복해져야죠.” 지금까지 그가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은 반찬통. 자신을 위해 좋은 옷을 사본 적이 없다. 여동생이 주는 옷을 입는다. 최근 기현씨가 3만 원짜리 옷을 선물해줬다. “참 신기해요. 부자는 저한테 안 와요. 다 가난한 사람들이에요. 건강이 주어진다면 계속 봉사해야죠. 그게 제 삶이고 예수님이 주신 소명 같아요.”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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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22 오전 8:12:06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