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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기도의 벽돌을 쌓는 마음으로 (김혜진 베로니카,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2024-05-22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한 성당이나 성지는 계절에 상관없이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빕니다. 로마의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규모가 크고 널리 알려진 성당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현지에서 성당 내외부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여행 다녀온 후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아! 내가 여기에 갔었지’라고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20대에 여행하면서 방문했던 성당에서는 기도나 묵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여느 관광객처럼 사진 찍기 바빠 그곳의 유서(由緖)를 알아보거나 정취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 겨울, 폴란드의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내 성 킹카성당을 둘러보면서 이전까지의 성당 방문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영적 감동을 크게 받았습니다.

광산이 깊어질수록 광부들의 출퇴근은 어려워졌고, 기도할 시간과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그런 그들을 위해 몇 명의 광부가 70여 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소금을 깎아 만든 이 성당은 ‘경이로움과 위대함’ 그 자체였습니다. 지하 깊은 곳에 자리한 성당의 제단·조각상·부조·샹들리에 등 모든 게 소금으로 이루어진 것도 특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보다 평범한 신자인 광부가 일상생활 속에서 하느님께 기도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건축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이후로는 성당이나 수도원을 방문할 때 분명 이전과는 다른 생각과 태도로 짧은 시간이라도 기도와 묵상을 하면서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당을 방문하면,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성령의 기운이 감도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우연히 서울 연희동성당 미사에 참여하면서 성당의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로 인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몸가짐도 더 바르게 하게 되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50년이 훨씬 넘는 동안 본당 신자분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가꾼 성당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건함에 저 또한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입니다. 많은 분이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여러 유서 깊은 성당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곳이 가진 역사를 존중하고 특별한 은총을 기대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작은 성당이든 큰 성당이든, 역사가 오래된 성당이든 신축 성당이든 모두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신자들은 본당에서 기도하고 봉사하면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합니다. 성당은 그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예의를 갖춰 하느님을 섬기며 예수님과 만나는 영적 공간이며 교우들간 사귐과 나눔을 갖는 친교의 공간입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라고 말씀하신 것을 되새기며 기도의 벽돌을 하나 놓는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미사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공동체가 놓는 하나하나의 벽돌은 매일 조금씩 높이와 두께를 더해가며 우리를 보호해주고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하는 기도의 벽을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김혜진(베로니카,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가톨릭평화신문 2024-05-22 오전 7:52:0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