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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님을 위한 대리석, 카라라에서 찾다 2024-05-14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되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성상을 만드는 작가로 최종 선정된 후 첫 번째로 시작한 작업은 양질의 대리석을 찾는 일이었다.


작품의 크기는 높이 3.77m 가로 1.83m 폭 1.22m로, 이보다 큰 4m이상의 대리석을 구해야 했다. 무늬가 거의 없어야 하며 크랙이 없고 따뜻한 느낌이 들면서 강도가 강한 대리석이 필요했다. 세계에서 품질이 가장 뛰어난 대리석이 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카라라를 염두에 뒀다.


사람도 성격과 얼굴이 조금씩 다르듯이 흰색 대리석도 수백 종류가 있다. 따뜻한 느낌, 차가운 느낌, 쨍쨍거리는 느낌, 신경질적인 느낌, 단단한 느낌, 강도가 약해 푸근해 보이는 느낌, 무늬가 많아 산만한 느낌 등 다양하다. 작가가 대리석을 구입할 때에는 대리석 채석장에 가서 직접 돌을 주문하는 방법과 대리석을 절단해서 육면체로 만들어서 파는 공장에서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


카라라에서 피에트라산타까지 약 25km 정도 되는 구간에 수백 개의 대리석 공장이 있다. 거의 모든 채석장과 공장을 몇 번씩 다녀봤지만 4m가 넘는 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있다고 해도 크랙과 무늬가 너무 많아서 성상의 재료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주변에 대리석 전문가들이 많아서 양질의 대리석 찾는 일에 동행을 해줬다.


작업 파트너 니콜라와 그의 아들 세바스티아노, 좋은 대리석을 잘 찾는다는 최윤숙 선생 그리고 카라라 아카데미 동창생인 마시모 펠레그리네티 교수 등 ‘돌 박사’들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었다.


카라라에서 피에트라산타까지 수십 번 왔다갔다 하면서 열심히 좋은 대리석을 찾던 중, 니콜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좋은 대리석을 발견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모두가 달려가서 대리석을 보는 순간 좋은 대리석이라고 느꼈다. 무늬가 없고 색상이 따뜻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크기도 충분했다. 무늬를 확인하기 위해 물 호스를 끌고 와서 물을 부어 보니 문제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바닥을 살펴봐야 하는데 크레인 기사가 출근하지 않아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2023년 1월 9일, 기다림 끝에 대리석을 들어 올려 확인하고 “오케이!”를 외쳤다.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5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최상의 대리석을 찾은 것이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지막 고비가 남았다. 밖에서 보이지 않던 크랙과 무늬가 돌 안쪽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다시 돌을 구입해 작업을 해야 한다. 최고의 대리석을 찾은 순간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며 생각이 났다. 피에트라산타본당 주임 신부님을 모시고 축복을 받고 싶었다. 니콜라는 바로 전화를 걸고 성당으로 가서 신부님을 모시고 왔다. 신부님이 축복을 해주시면 돌 속의 크랙과 무늬가 없어질 것 같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기도했다. 축복식을 마치고 모두가 모여 기념 파티를 했다. 나의 아내 고종희, 형제 같은 피엘안젤로, 니콜라, 세바스티아노, 마시모, 마리아, 최인숙 선생과 함께 대리석을 찾은 기념 파티를 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커다란 선물을 받고 난 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대리석 안에 계신 김대건 신부님을 해방시켜 자유를 찾아드려야지!”



글 _ 한진섭 요셉(조각가)

[가톨릭신문 2024-05-14 오후 1:12:0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