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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 볼 줄 아는 의사 되고 싶습니다” | 2024-0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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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에서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과 의사 구본대 교수(마태오·서울 개포동본당)는 3월 9일 제23회 한미수필문학상에서 지역사회 치매 돌봄터에서 환자들과 함께하며 느낀 감동을 담은 수필 ‘우리들의 블루스’를 출품해 장려상을 받았다. 한미수필문학상은 환자와 의사의 돈독한 관계와 신뢰 회복을 취지로 한다. 수필을 쓴 계기에 대해 구 교수는 “치매 돌봄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실 밖에서 마주한 환자들에게서 받은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병원 진료와 강의로도 빠듯한 스케줄이지만, 구 교수는 매주 인천 지역 치매 돌봄터와 치매안심센터 4곳에서 치매 환자와 보호자 면담, 진료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진료실에서의 관계에만 충실할 수 있음에도 환자들과 진료실 너머의 동반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 교수는 “환자이기 전에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역설했다. “30년 전 의사가 된 후 늘 환자를 진료하는 현장에만 있어야 했어요. 지난 3년간 치매 돌봄터에서의 경험은 치매라는 질병을 진료실에서와는 다른 관점에서 돌아보게 했습니다.” 구 교수는 “진료실에서는 환자를 진료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여러 환자를 봐야 해 초진 경우 15~20분, 재진은 5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진료가 이뤄진다. 또 진료실에서는 원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고 약제를 처방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증상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의 호소가 있으면 행동 조절 약제를 추가해서 처방하는 정도다. 환자들 또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없다. “돌봄터에서의 경험은 환자에게서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어르신의 모습을 바라보게끔 했다”고 구 교수는 밝혔다. 노래 부르기 등 돌봄터 활동 삼매경 중에도 구 교수가 나타나면 먼저 나와서 반갑게 손잡고 인사하는 어르신도 있다. 구 교수는 “잠깐 머물다 가는데도 늘 환대하는 어르신들 진심은 진료실에서는 볼 수 없는 뭉클한 온기이자 의사의 보람”이라고 전했다. “검사와 처방 위주 진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어요. 자세히 면담하면 여러 가지를 알게 돼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있죠.” 수필 내용이 되기도 한 지난해 연말 돌봄터에서 열린 치매 안심 노래자랑은 구 교수에게 “영혼이 정화되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환자인 어머니 기억을 되살리고자 가사와 관련된 소품을 준비한 딸, 초로기 치매 환자인 아내 손을 꼭 잡고 ‘사랑해’ 하며 노래를 부르던 남편, 가사를 까먹어 눈물을 못 감추는 환자인 어머니를 위해 함께 노래 불러주던 가족들…. 구 교수는 “이렇듯 하느님 모상의 면모를 보여주는 환자들과 인간적 신뢰를 맺는 영적 치유도 의료인의 사명임을 되새겼다”고 말했다. “물질 너머 영적인 것을 상상할 줄 아는 것이 가톨릭신자다운 삶”이라는 그의 고백대로다. “감동이 더 많은 이에게 퍼지길” 희망하며 상금 전액 300만 원을 바보의나눔에 기부한 구 교수. 그는 끝으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믿음”이라며 “신뢰 위에 돌봄터 활동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가 내게 가장 좋은 처방을 했다는 환자의 믿음이 있어야 그다음 만남이 이뤄집니다. 환자에게서 사람을 발견하는, 진료실 밖을 볼 줄 아는 의사로 소임하고 싶습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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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14 오전 10:1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