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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딸 향한 그리움, 매일 화폭에 담았죠” | 2024-0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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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를 주 소재로 자신만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남궁원(알베르토·77) 화백이 경기도 가평군 북면 백둔리 남송미술관과 에코뮤지엄에서 6월 2일까지 ‘남궁원의 그림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부터 시작한 ‘남궁원의 그림축제’는 남송미술관에서 ‘남궁원 연대별 대작전’, 남송미술관 별관격인 에코뮤지엄 목련관과 진달래관에서 ‘남궁원 신작전’, 에코뮤지엄 들국화관에서 ‘남궁원 미디어아트전’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됐다. 모든 전시들이 남궁원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있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전시는 에코뮤지엄 아트홀에서 펼쳐치고 있는 ‘남궁원 그림일기전’이다. 그림일기는 남궁 화백의 딸 고(故) 남궁송(베로니카)씨가 2000년 7월 20일 백혈병으로 25세 나이로 선종한 뒤 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현한 글과 그림이다. 남궁 화백은 이란성 쌍둥이 중 첫째였던 딸이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워가며 병마 중에도 생애 대한 의지가 강했고, 동생 남궁환(안드레아)씨로부터 골수 이식까지 받았음에도 세상을 떠난 뒤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겪었다. 평생의 업이었던 작품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정도였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을 잊지 못해 피아니스트인 아내 김순미(미카엘라)씨와 추모 음악회와 전시도 열었지만 딸이 떠나간 마음 속 빈자리가 채워질 수는 없었다. 남궁 화백은 딸의 22번째 기일인 2022년 7월 20일부터 시작해 2023년 7월 20일까지 꼭 1년 동안 딸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일기를 썼다. 일기 내용을 표현한 작품도 매일 그렸다. 이렇게 해서 360여 점의 그림 작품이 탄생했다. 남궁 화백은 그림일기전을 구상하면서 딸이 남긴 말을 떠올렸다. 딸 송이는 생전 병실에서 “아빠 가진 거 있을 때 그때 그때 나눠 줘요. 어렵게 사는 사람 굉장히 많아요. 미술인이나 다른 예술인들도 조금씩 도와주면 좋겠어요. 하느님이 언제 생명을 거둬 갈지 모르는 일이에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남궁 화백은 “딸에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딸이 떠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 보니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남궁원 그림일기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크기에 따라 관람객들이 5~20만 원을 기부하면 원화를 제공하고, 기부금은 전액 가평군 내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쓰인다. ‘남궁원 그림일기전’이 열리게 된 가슴 아프고도 아름다운 사연과 기부 취지에 공감해 약정된 액수보도 더 큰 금액을 기부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남궁원 그림일기전’이 열리고 있는 에코뮤지엄 아트홀은 가평군의 청정 환경에 둘러싸여 주변 풍경만으로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지만 다소 교통이 불편한 점을 감안해 온라인(www.namsongart.com)에서도 작품을 감상하고 기부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에코뮤지엄 아트홀을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고(故) 남궁송씨 추모 공간도 함께 관람하면 ‘남궁원 그림일기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수 있다. 남궁 화백은 평생의 작품 화두인 허수아비에 대해 “허(虛)는 비움과 나눔, 수(守)는 지킴, 아(我)는 키움, 비(非)는 세움이라는 의미로서 허수아비 철학은 내 안의 좋은 것은 나눔으로써 비우고, 나쁜 것은 버림으로써 비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남궁원 그림일기전’ 역시 허수아비 철학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원의 그림축제’에 선보이고 있는 ‘남궁원 신작전’은 아내 김순미 피아니스트가 뜨개질로 만든 작품을 캔버스에 붙여 허수아비 철학을 새로운 형태로 시도해 관심을 모은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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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14 오전 9:5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