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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鐘) 이야기 2024-05-13


그의 몸은 종루였고

마음은 종루에 걸린 종이었다 

종은 날마다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나 아무리 귀 기울여도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해 흘린 땀방울과 눈물이 종소리였기 때문이다 

임종 직전까지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해 땀방울과 눈물을 흘렸던 

그를 기리기 위해 사람들은 

주일에 한 번씩 그가 행했던 일을 따랐다 

날이 갈수록 종소리는 

점점 더 크게 더 멀리 울려 퍼져 나갔다 

허나 아무리 귀 기울여도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의 종소리라고 불렀다



함명춘 (시인, 사도 요한)
1966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활엽수림」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무명시인」 「지하철엔 해녀가 산다」 등이 있다. 2021년 제31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삽화 _ 조경연 (프란치스카)

[가톨릭평화신문 2024-05-13 오전 9:12:0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