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언스플래쉬
여성이 익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보호출산제’가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여성이 낙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교회는 환영하고 있지만, 자칫 익명성 뒤에 숨어 아동 유기가 늘어날 수 있어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생명 주일(5일)을 맞아 ‘출생통보제’에 이어, 두 번째로 ‘보호출산제’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부모라는 존재는 아이에게 전부에요. 제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전 그런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내와 장모님이 매일 통화하면 아직도 신기해요.”(조윤환 대표)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는 6살 때 서울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버려졌다. 이후 엄마를 다시 만났지만, 여전히 유년시절의 엄마 모습이 그립다. 그가 ‘보호출산제’를 강경히 반대하는 이유도 아동 유기를 사실상 합법적으로 보장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 출생신고·부모 신원 보호... 자녀의 부모 알 권리 보장
보호출산제 하에선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기 및 방치된 자녀는 성인이 되어도 부모의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 출산 한 달 이내 익명 신청도 가능하다. 가정 형편·경제적 어려움·양육에 위기를 겪는 산모의 신원을 보호하고, 병원 밖 출산과 낙태 등 부작용을 막아 생명을 어떻게든 출산하도록 돕고자 마련한 제도이지만, 합법적 익명성 아래 아동을 유기·방치할 수 있다.
장애나 질병을 갖고 태어난 아동 유기 또한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17년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질병을 가진 아동 128명 중 81명(66.6%)이 생후 4~30일 사이에 유기되는 등 출산 후 장애를 확인하고 버려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아울러 민법상 산모 단독으로 보호출산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점과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여성이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의 대안으로 독일의 ‘신뢰출산제’를 제시한다. 독일에서는 부모의 거절이 있더라도 자녀가 3년마다 부모의 인적사항을 청구할 수 있다.
아이·산모 위한 제도 보완해야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 원장 이병훈(대구대교구) 신부는 “생명은 그 자체로 ‘거저 주어진 선물’, 즉 은총이지만, 장애를 확인한 순간 부모는 ‘원치 않았던 선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우리 사회에서 장애 아동을 키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아이를 버려두지 않고 ‘우선적으로 선택하심’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최대한 연대해야 한다”며 “여성이 어렵다면, 남성이 그 책임을 맡도록 법제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도 “장기적으로 보호출산제는 보완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장애 아동의 책임을 전적으로 부모에게 부여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함께 돌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이와 산모를 보호하겠다는 보호출산제의 취지에 걸맞게, 출산을 장려하는 것을 넘어 미혼모 대책도 함께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