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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에게 ‘스스로 결정’하는 삶 주려면 | 2024-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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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직접 하고 싶어요.”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들, 누군가가 준비해 주고 또 누군가가 계획한 것을 따라서 해야 하는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길이 험하고 멀게만 보이는 이들. 바로 발달장애인들이다. 성인이 되면 일상의 매 순간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가 어떠하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살아간다. 발달장애 청소년들도 성인이 되면 당연히 자유롭게 자기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 오히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자신이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자녀보다 하루만 더…”에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고, 자녀에 대해 애틋함이 묻어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시설과 활동 보조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부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미약해서 눈을 감을 때까지 장애를 가진 자식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성인이 된 장애인들은 갈 곳이 별로 없기에 부모들은 자신들이 죽고 난 후에 자녀들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걱정을 늘 안고 살아간다. 이미 사회적으로 이 이슈는 공론화됐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는 없다. 갈 곳은 없는데 가야 할 사람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순간을 위해 여전히 대기 중이다. 성인이 된 이들이 스스로 자기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반복적 훈련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공간과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비록 적은 인원이기는 하지만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복지관이 있다. 바로 성인 전환기 발달장애청소년 자기결정능력 향상을 위한 ‘혼자 다녀오겠습니다!’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그래서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마주하는데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 시작은 스스로 계획하는 것은 물론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누군가 자신을 위해 선택해 주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이제는 그것이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임을 느리지만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젠 혼자서도 버스를 타고, 은행도 다녀오고, 좋아하는 햄버거와 음료를 주문하고 결제도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보고 싶은 곳을 다녀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를 위한 맛있는 과자도 산다. 친구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양보하는 것도 배웠다.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며 조금씩 재미있는 삶의 맛을 느낀다. “선택할 필요 없이 다 알아서 해 준다는 것이 어찌 보면 매력적이고 편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결국 저희 능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쉽게 포기해 버리고 무기력한 사람이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참지 못하면 지금까지 겪었던 그대로 변하지 않은 행동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발달장애인 자기주장대회 구례군장애인복지관 류종호씨 발표 中) 이제 당사자들은 누군가가 선택해 주는 삶이 아닌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한다. 다양성 안에서 삶의 형태를 선택하여 주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더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겠다. 따라서 교회도 지역사회도 이들이 자기결정권의 경험치를 늘려 갈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이유 있는 외출을 허락하고 어울려서 아름다운 우리가 되는 다가오는 미래를 꿈꾼다. 글 _ 강성숙 레지나 수녀(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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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08 오전 10:1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