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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가톨릭 공연예술, 관심과 투자 절실 | 2024-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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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구하는 길은 참 외로운 길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지. 이제 진짜 주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네.” 사랑을 실천하고 하느님 곁으로 돌아간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목소리가 지난 2019년 뮤지컬 ‘밥처럼 옹기처럼’ 무대 위에서 재현됐다. 공연 후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다시 만난 것 같아 감동이었다”고, 고인을 알지 못했던 이들은 “추기경님을 알게 돼 유익하고 흥미로웠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무대 위에서 살아난 가톨릭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교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문화의 시대,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만나야 할까. 공연예술 특히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 위에서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장르는 인물이나 가톨릭적 가치를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복음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랑, 나눔, 용서 등 추상적인 가치를 눈에 보이는 실체로 무대 위에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은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는데 용이하다. 하지만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부족과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공연 시장의 더딘 회복세가 맞물려 공연예술을 통한 가톨릭 홍보의 현주소는 안갯속이다. 2019년 가톨릭 인물과 복음을 주제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과 연극은 일곱 작품에 달한다. 2021년에는 서울대교구 제작으로 김대건 신부를 주제로 한 거리극과 뮤지컬이 초연됐고, 당진문화재단의 댄스컬 ‘안드레아 김대건’이 앙코르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공연 시장이 잠시 활력을 얻었지만 2023년에는 음악극 ‘안중근의 고백’, ‘여걸 강완숙 골룸바’ 등 두 작품만이 신자들과 만났다. 올해는 본당으로 찾아가는 공연이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 안팎의 대중들에게 복음적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공연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가톨릭문화원 원장 박유진(바오로) 신부는 “복음 말씀을 미사 강론 중에 들어도 좋겠지만 예술적 수단을 통해 재현된 복음은 더욱 강력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체험되는 효과가 있다”며 “가톨릭 인물뿐 아니라 사랑, 자비, 용서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한 문화적 콘텐츠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교회가 공연예술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교구 산하로 활동하는 연극과 뮤지컬 단체는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연극협회, 전주교구 가톨릭예술단, 수원교구 앗숨도미네 등에 불과하다. 최근 발족한 수원교구 가톨릭연극인회를 더하면 4개 단체다. 반면 개신교는 1990년대부터 문화선교에 앞장선 결과 증언, 정미소, 달란트 연극마을, 디아코노스, 하늘연어 등 다양한 극단이 창단돼 뮤지컬과 연극으로 종교적 가치를 전하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십계명을 토대로 한 연극 ‘동치미’는 복음 말씀을 현대사회와 연결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정의 중요성을 전하며 16년째 사랑받고 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대중성을 확보한 개신교의 사례는 가톨릭의 문화 콘텐츠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톨릭 문화의 확장은 복음화의 확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박유진 신부는 “26년간 문화 사목을 하며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은 가톨릭의 문화적, 인적 자산이 풍부하다는 것”이라며 “문화적 영향력이 중요한 시대를 사는 교회가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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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08 오전 9:1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