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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 만남] 유교 최종수 성균관장 | 2024-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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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도교와 함께 유불선(儒佛仙)으로 불리며 동아시아의 전통적 철학이자 종교사상으로 이어져온 유교는 한국 민족의 문화와 정신세계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유교의 본산이라 할 성균관(成均館)의 수장인 최종수(83) 성균관장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르침들을 유교 전통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23년, 유교의 현대화를 약속하면서 제34대 성균관장으로 선출된 최종수 관장을 경기도 과천 한국효문화센터에서 만났다. 최 관장은 1941년 경기 과천에서 태어났고 과천향교 전교, 성균관 부관장, 전국향교재단이사장협의회장, 전국문화원협의회장을 지냈으며 한국효문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Q. 유교적 사고와 전통 속에서 살지만 정작 핵심적인 가르침을 잘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에게 유교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요? 최종수 관장(이하 최): 유교에 대해 자주 삼강오륜(三綱五倫)의 가르침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의 근본 사상은 인의예지(仁義禮智)라고 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인(仁)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질다’라는 의미인데 이는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나 불교의 자비와도 상통합니다.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이지요. Q. 유교를 유학이라고도 부릅니다. 유교는 종교인가요? 최: 많은 이들이 유교를 도덕이나 철학, 생활규범으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유교는 종교이고 그걸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문이 유학입니다. 공자님의 제자 자로(子路)가 물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종교의 궁극적인 질문이지요. 공자께서는 이에 대해 “살아서의 일도 모르는데 죽어서 일어날 일을 어찌 묻느냐”며 “살아 있을 때라도 제대로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Q. 오늘날 유교가 사람들에게서 멀어진 듯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며, 유교의 현대화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요? 최: 삼국시대 이전부터 유교 사상이 동아시아에 전해졌습니다. 유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부터입니다. 근대화와 국권 상실의 역사적인 아픔들 속에서 나라 전체가 격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외래종교와의 긴장과 갈등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유교는 그 근본적인 가르침을 새기지 않고 교리와 인의예지의 격식과 형식에 매여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유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폄훼되고 왜곡됐으며, 지금까지도 오해와 잘못된 인식이 남아있게 됐습니다. Q. 천주교는 유교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박해의 시작이 유교적 제사로부터 비롯되기도 했습니다. 상호 이해와 대화는 어떻게 가능할지요? 최: 조선에 천주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유교와 갈등을 빚었던 역사적인 체험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성리학과 주자학 위주의 조선시대 유교에게 유일신인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종교는 거부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래종교에 대한 거부감보다 유교 내부적인 요인이 더 컸던 듯합니다. 치열한 당쟁으로 인해 수많은 갈등의 관계들이 만연한 가운데 외래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곧 참혹한 박해로 이어졌습니다. Q. 오늘날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최: 먼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고 반걸음씩만 물러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종교인들은 이러한 태도의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종교 사회이면서도 종교간 충돌이 거의 없는 것은 평화를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전통문화가 계승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가운데 상호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종교간 이해와 협력을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들의 해결에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가톨릭신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최: 천주님의 가르침대로 우리 모두가 함께 사랑을 실천하도록 노력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별히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전통적인 가정을 효(孝)의 가치를 중심으로 되살리도록 노력합시다. 이는 자녀들에게 효를 무조건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며 형제들끼리 우애를 지키는 것이 효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면서도 외면되고 있는 효를 이 시대에 맞게 되살리는 것 또한 종교인들의 소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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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08 오전 9:1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