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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유리천장을 깨트렸던, 드보라 판관 | 2024-0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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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유세 내내 유리천장을 깨뜨릴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대선에서 낙선한 후 “언젠가 누군가는 그 유리천장을 깨뜨릴 것이다”라며 의미 있는 메세지를 전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이다. 유리천장이란 말은 우선 ‘성’(gender)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대신학교 1학년 학보사 기자 시절 학보인쇄를 위해 하루 종일 어느 작은 출판사와 인쇄소에서 머무른 적이 있었다. 여직원은 경리를 맡은 한 사람이 있었고 나머지는 남직원들이었다. 남직원들이 여직원을 대하는 것을 보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현재 법적 차원에서는 모두 성추행 등 위법행위가 될 말과 행동이 수없이 자연스럽게 행해졌다. 더 큰 문제는 여직원을 같은 동료가 아니고 다른 차원의 사람으로 차별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유리천장은 존재한다고 느낀다. 이스라엘의 지도자 여호수아가 죽은 뒤 왕정시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판관시대를 맞게 된다. 판관이란 왕은 아니지만 민족을 지도하는 통치자로서 사법과 행정을 관할하는 직분을 맡은 사람이다. 판관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위급한 국가위기 상황에서 군인들의 총사령관 역할도 담당했다. 이스라엘의 판관 중 드보라는 유일한 여성이다. 여성이 사회적 불평등을 당하던 당시에 여자 판관은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여자 예언자 드보라는 이스라엘 백성을 통치하면서 재판을 주관했다. 그런데 당시 이스라엘 주변의 정세는 가나안 왕이 이스라엘을 억압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드보라는 만 명의 군인을 출동시키면서 자신도 함께 전선에 참여했다. 가나안 군이 상상할 수 없는 무기로 공격해 오는 것을 보고도 드보라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에게도 계속 공격을 명령했다. 패배감에 젖어있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하느님께서 우리들 앞에서 전진하니 꼭 승리할 것이라 확신과 용기를 주었다. 결국 이스라엘 군인의 높은 기세에 눌려 적군은 도망쳤고 이스라엘은 승리를 쟁취한다.(판관기 4장 참조) 드보라는 지혜와 용기, 신앙을 겸비한 여성 정치가였다. 그녀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민족을 구한 이스라엘의 국모(國母)로 추앙받은 인물이다. 능력이나 역할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성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고 누구나 평등하다. 신앙인에게는 어떠한 인종, 문화, 사회적이나 성적 차별이 존재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생각과 의식이 변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별의 선입견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늘 반성해야 한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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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07 오후 4:52:07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