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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으로 갯벌 생물 떼죽음…"죄책감 들었다" 2024-05-07

 

개발을 위해 바닷물의 유입을 막아 검게 변한 수라 갯벌에는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을 비롯해 삵, 너구리, 도요물떼새 등 동물들의 발자국이 가득했다.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진 자연 앞에서 한국 교회 주교들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공동의 집을 보존해야 하는 사명을 되새겼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2024년 생태환경위원회 주교 현장 체험으로 4월 30일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갯벌을 탐방했다. 체험에는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아빠스를 비롯해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가 참석했다.

 

 

경제개발을 이유로 2007년 12월 27일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에 걸쳐 33.9km에 달하는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됐다. 1991년 착공 당시에는 수자원 확보 및 침수 피해 방지가 목적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재생 에너지 단지, 스마트 수변 도시 등 각종 경제개발 계획이 가속화되면서 새만금호의 해수 유통이 제한됐다. 해수 유통을 확대하면 개발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배수갑문을 통해 민물과 바닷물이 오가야 생태계가 복원되고 수질이 개선된다. 하지만 숨통이 막힌 새만금호는 죽음의 땅이 됐다. 해수와 담수가 층을 이뤄 산소가 이동할 수 없는 염분성층화 현상으로 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새만금에서는 갯벌을 터전으로 삼았던 수많은 새들이 떼죽음을 당하거나 어패류가 집단으로 폐사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2024년 생태환경위원회 주교 현장 체험으로 새만금을 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갯벌 생태계 복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는데 교회 공동체의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교들은 물길을 막아놓은 신시·가력 배수갑문을 둘러본 뒤 새만금 갯벌로 향했다. 군산시 옥서면 옥봉리 인근에 위치한 새만금 갯벌은 수라 갯벌로도 불린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수 놓은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로 ‘수라’라고 이름붙인 것이다. 이 아름다운 갯벌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 예정부지로 지정돼 사라질 위기에 빠졌다.


 

 

40여 종의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 수라 갯벌에서 주교들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이 파괴한 자연의 아픔을 동시에 체험했다. 곳곳에 남아있는 여러 동물들의 발자국 아래로 오염돼 검게 변한 펄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모두의 생명을 살렸을 자연은 오염물질과 악취를 내뿜으며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변해 있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바라보며 주교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갯벌을 걸으며 현장 체험을 마무리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생각보다 더 넓은 갯벌이 해수가 온전히 오가지 못해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며 심각성을 체감했다”며 “30년 넘게 이어진 간척사업에서 경제개발과 자연보전을 모두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갯벌을 보존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방향이 아닌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갯벌과 자연을 썩어들어가게 만든 지금의 방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발전에 희망을 걸고 있는 도민들과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는 환경시민단체의 입장이 상충되는 어려운 문제 속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5-07 오전 10:52:0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