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주일은 어린이날이자 14번째 맞는 생명 주일입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장 문희종 주교는 담화를 내고 "자녀 출산과 양육, 노인 돌봄 과정에 국가와 사회, 기업, 교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보도에 윤재선 기잡니다.
[기자] "머지않아 어린이날을 누릴 어린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장 문희종 주교가 담화 첫머리에서 이런 우려를 나타낸 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출산 기피 현상 때문입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일컬어지는 부의 양극화, 사교육비 등 과중한 양육비, 치솟는 주택 가격과 물가,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 사회적 상황을 출산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정부 또한 다양한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 기피 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절망적 사회를 물려줄 수 없다는 절박한 호소를 드러내는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짚었습니다.
문 주교는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부모에게만 맡겨진 일이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가정과 기업, 사회와 국가, 교회가 다 함께 출산과 양육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인을 돌보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새로 태어난 생명을 양육하고 노인과 임종자를 보살피는 데 공동 책임을 느끼며 함께하는 기쁨을 나눠야 한다는 겁니다.
그럴 때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주교는 이어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배아 폐기 등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인공수정보다는 나프로 임신법을 통해 난임의 어려움을 겪는 부부를 돕자고 요청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5년이 지나도록 입법 공백 상태인 낙태죄 관련 법을 신속히 마련해 태아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존엄사 권리를 주장하며 안락사 법안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의무화하고 지원하는 법안을 하루빨리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CPBC 윤재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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